세습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예장 통합 서울동남노회의 파행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동남노회는 지난 4월 24일 올림픽파크텔에서 봄 정기노회를 소집했으나 명성교회측 노회원들이 고의로 출석 체크를 거부하는 바람에 정족수 미달로 개회하지 못한 채 파회했다.

서울동남노회는 지난해 가을 노회 당시 부노회장이던 김수원 목사가 헌의위원장으로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청빙 건을 고의로 상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신임투표를 강행, 이에 반대하는 노회원들이 대거 퇴장한 가운데 새 노회장과 임원을 선출함으로써 파행사태를 불렀다.

명성측은 당시 김수원 목사가 헌의위원장으로서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청빙 건을 정치부로 보내지 않은 것은 명백한 직권 남용이라며, 부노회장으로서 노회장이 될 자격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수원 목사는 명성교회가 상정한 김하나 목사 청빙은 총회 세습금지법 위반이라 받아들일 수 없으며, 헌의위 전체 회의에서 결정된 것이라 절차상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맞섰다.

이후 노회는 새로 구성된 집행부와 비상대책위로 나뉘어 대립해 왔다. 김수원 목사가 이 문제를 총회 재판국에 제소해 승소하자 뒤이어 노회 재판국이 김 목사에 대해 면직출교 판결을 내리는 등 명성교회를 둘러싼 양측의 힘겨루기가 노회 수준을 넘어 총회로까지 비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소집된 서울동남노회는 개회 직전까지 양측이 한 발짝 씩 물러나는 방법으로 화합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리자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개회예배 때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꽉 들어찼던 회의장은 친 명성측 노회원들이 회의장을 대거 빠져나가자 군데군데 이빨 빠진 듯 썰렁한 모습을 드러냈다.

결국 노회는 정족수 미달로 개회조차 하지 못한 채 끝나고 말았다. 비대위 측은 전자 출석체크에 의한 출석수를 불신하며 서기가 당석에서 직접 호명할 것을 요구해 서기가 한 시간 간격을 두고 두 번에 걸쳐 출석을 불렀으나 회의장 밖 커피숍에 진을 친 상당수의 노회원들은 끝내 회의장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자리에 남아있던 일부 노회원들까지 자신의 이름에 대답을 하지 않는 기이한 상황이 양측 간 갈등의 골을 짐작케 했다.

서울동남노회는 노회 법에 따라 40일후인 6월 12일에 다시 개회하기로 하고 파회했다. 그러나 만일 6월에 다시 소집될 노회마저 정상적인 개회를 하지 못할 경우 사고노회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만약 서울동남노회가 사고노회로 규정되면 노회는 총회에 총대를 파송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목사 안수, 임직, 위임, 이명 등 중요한 처리를 할 수 없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개교회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를 놓고 볼 때 노회 파행의 책임이 어느 쪽에 있느냐 따지는 건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총회의 세습금지법을 어긴 명성교회에 잘못이 있지만 소속 교회의 입장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기 보다는 무 자르듯 단칼에 자르려 한 미숙한 노회 정치도 한몫 거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다시 노회가 파행돼 사고노회로 규정될 경우 노회 개회를 무산시킬 정도로 수적 우위를 가진 쪽에 모든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게 돼 그만큼 명성측에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법이 먼저냐, 교회가 먼저냐를 논하고자 함이 아니다. 다만 한국교회 상당수의 대형교회들이 담임목사 교체 실패로 엄청난 진통을 겪고 있는 현실에서 노회가 법에 앞서 교회를 먼저 생각하고 염려하는 마음만 가졌어도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쉬 떨쳐내기 어렵다. 서울동남노회의 사태가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를 따지는 무의미한 논쟁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서로가 한 걸음 씩 물러나는 대승적인 결단으로 수습, 화합하는 모습을 한국교회 앞에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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