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의 정상이 만나는 역사적인 사건으로 인해 조금은 들뜬 분위기 속에서 맞이한 5월은 그 어느 때보다 가정의 의미를 차분하게 생각하고 돌아보게 되는 절기이다. 5일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8일 ‘어버이날’, 15일 ‘스승의 날’, 21일 ‘성년의 날’로 이어지는 특별한 날들이 현대 사회에서 점차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매년 5월 21일 ‘부부의 날’이 국가가 정한 기념일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어린이날, 어버이날에 가려 별 관심을 끌지 못하는 ‘부부의 날’은 1995년에 권재도 목사 부부가 정부에 제안해 지난 2007년에 처음으로 국가기념일이 되었다. ‘부부의 날’이 5월 21일로 정해진 이유는 가정에 달인 5월에 둘(2)이 하나(1)돼 잘 살자는 성경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부부의 날’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우리나라만의 국가기념일이다. 그만큼 우리에게 부부라는 인간관계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정착돼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말하면 부부만큼 깨지기 쉽고 소홀하기 쉬운 관계도 없다는 뜻도 담겨 있지 않나 싶다.

예로부터 부부 사이가 좋으면 ‘금슬’(琴瑟)이 좋다고 말해 왔는데 일곱 줄의 거문고라 할 금(琴)은 남편을, 스물네 줄 거문고인 슬(瑟)은 아내를 상징해 이 둘이 같이 연주되면 더 이상 아름다운 소리가 날 수 없다는 데서 유래된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세계에서 유일하게 ‘부부의 날’이 있는 우리나라 부부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언제부턴가 부부가 살다가 이혼하는 일이 별로 대수로울 게 없는 일상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부로 살다가 이혼하는 사람들이 한 해 10만 쌍이나 된다고 하는데 이 수치는 아시아에서 1위이며, OECD 회원국 중에서는 9위이다.

과거에 가족관계는 유교적인 전통을 중요시했다. 어른들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삼강오륜’ 중에 ‘부위부강’은 ‘아내는 남편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뜻으로, ‘부부유별’은 ‘아내는 남편의 하는 일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했다. 그러니 남성 위주의 가부장적 부부관계를 당연시 해 온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부위부강’이란 ‘남편은 아내의 강(綱)이 된다’는 뜻으로, 강은 그물망을 이끄는 굵은 줄을 의미하는 만큼 남편과 아내가 서로 마음을 맞춰 이끌고 당기며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는 뜻이며, ‘부부유별’도 가장 가까운 사이인 남편과 아내 사이에서 서로 예의를 잃으면 안 된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부부가 살다가 이혼함으로써 겪게 되는 가장 큰 문제는 가정 해체이다. 부부 뿐 아니라 둘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이 겪게 될 문제는 심각한 사회 위기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특히 부부 사이의 폭력문제는 부부 문제로 그치지 않고 자녀에게까지 대물림된다는데 더 큰 심각성이 있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리는 모습을 보고 자란 자녀가 성인이 되어 그와 똑같이 폭력을 행사하는 어른이 된다는 것이다.

성경 창세기에 “이러므로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 아내와 연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고 했다. 이는 인류 최초의 부부의 관계를 기술한 것으로 여기서 “연합하여 한 몸을 이룬다”는 것은 육체적인 결합 뿐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와 성도간의 관계처럼 하나 되어 나뉠 수 없는 영적인 연합을 의미한다. 부부는 하나님이 이뤄주신 가정의 중심이다. 따라서 서로를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사랑할 뿐 아니라 서로를 위해 기꺼이 희생하고 짐을 나눠지는 특별한 관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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