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보 연 교수

어린이집에 ‘생각하는 의자’가 등장했다. 이 의자는 말썽 피우는 아이를 의자에 앉게 해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는 교육법이다. 일종의 ‘타임아웃’(격리) 훈육방식이다. 하지만 학부모 사이에서는 “이것이 아동을 홀로 방치해 정서적 학대의 소지가 있다”는 반대의견을 내놓아 논란이 되고 있다. 어린이집의 교사들은 학부모들의 이같은 반대의견에 대해 "어디까지가 허용된 훈육방식인지 혼란스럽다"고 목소리를 냈다.

특히 여러 아이들을 동시에 돌봐야 하는 교사들로서는 훈육과 학대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경우가 많다. 보육시설을 관리·감독하는 정부 역시 훈육과 학대의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교사의 이같은 교육방법이 법정 다툼으로 번지는 일이 잦아졌다. 이 의자가 “교사와 학부모 간 갈등만 커지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법원의 판결은 대체로 어린이집 내에서 교사의 행위가 훈육 목적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따라 갈렸지만, 이 역시 명료한 기준은 없었다. 2016년 울산지법은 밥을 빨리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식판을 뺏고 밥을 주지 않거나 빨리 잠을 자지 않는 두 살배기 아이의 다리를 들어 바닥으로 밀치고 몸을 여러 차례 밀었던 어린이집 원장 A씨에게 징역 10개월과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 80시간을 명령했다. A씨는 총 10명의 아이들에게 비슷한 행동을 했는데 재판부는 “행위의 상당수가 훈육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주문했다.

반면 제주도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였던 B씨는 2014년 아이가 화장실 앞에 앉아 있다는 이유로 엉덩이를 발로 밀어내듯이 차는 등 15차례 학대행위를 했다. 동료교사 C씨도 생활지도 명목으로 아이의 뒤에서 팔꿈치를 잡아 뒤로 세게 당기는 등 7차례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제주지법은 두 교사에 대한 벌금 100만원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보육교사로서 부적절한 행위로 학대행위에 해당하지만 통제가 쉽지 않은 만 3세 아동을 보육하다가 발생한 일”이라고 판단했다.

교사들은 애매한 훈육 기준 때문에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때려서라도 편식을 고쳐달라는 부모와 안 먹는 음식 한 숟가락 먹인 것도 학대로 생각하는 부모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경기도의 A유치원 원감은 아이의 바깥놀이 문제로 아동학대 가해자라는 오해를 받아야 했다. 바깥놀이를 하기 싫다고 한 아이가 있어 보조교사를 붙여주고 나머지 아이들만 데리고 나갔다. 아이의 부모는 ‘왜 우리 아이를 왕따 시켰느냐’고 따졌다. A원감은 아동학대 가해자로 신고를 당해 몇 년의 소송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 원감은 아이에게 바깥놀이를 나가자고 여러 번 권유했지만, 하던 놀이를 계속하겠다고 해서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 주었다는 것을 재판부가 받아드린 것이다. 편식 문제는 교사들의 고민을 한층 깊게 만든다. 보육교사들은 원칙적으로 아이들에게 음식을 먹어볼 기회를 제공해 조금이라도 맛을 볼 수 있게 하고, 그래도 거부하면 먹이지 않는다. 하지만 원칙이 늘 통하진 않았다. 교사에게 편식을 고쳐달라고 요청하는 부모도 있다.

아이들의 편식은 정말 심각하다. 건강이 걱정스러울 정도로 밥을 안 먹는 경우엔 선생님도 고민에 빠진다. 부모들의 ‘이중 잣대’도 갈등을 키운다. 교사가 때리면 학대고 부모가 때리는 건 괜찮다는 이원화된 인식도 있다. 매우 이중적이다. 실제 아동학대에 민감해진 학부모가 늘면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옛날에는 선생님이 그럴 수도 있다고 용인했던 일들이 최근에 아동학대 사건이 되었다. 부모들은 적극적으로 나서 아동학대의 문제로, 아이들 스스로 문제를 제기한다.

각 상황의 맥락을 보지 않고 일괄적으로 훈육의 경계를 정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목소리이다. 유아의 발달을 무시하고 아이들에게 고통을 가하는 신체적, 언어적인 모든 방법은 분명히 안된다. 아동학대의 여지가 있는 방법은 이미 훈육이 아니다. 그러므로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굿-패밀리 대표/ 개신대 상담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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