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재 성 교수

서구 유럽은 기독교 국가로 살아왔지만, 로마가톨릭교회가 가르쳐준 진리체계는 하나님과의 인격적 교제를 생생하게 전달하지 못하였다. 루터가 성경에 집중하여 민감하게 하나님과의 관계를 연구하게 되면서 깨우친 가르침들은 오랫동안 혼란과 혼돈에 처해있던 성도들을 깨워주었다. 루터는 인간이 철저하게 하나님의 은총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중심에 두었다. 아담의 타락 이후로, 모든 인간의 근본적인 조건이 죄악으로 물들었기 때문이다.

사도 바울은 인간의 오염된 부패에 대해서 잘 설명했다. 죄는 하나님께 요구하신 계명들을 거역하는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반역일 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영역까지를 포함하는 전인격적인 상태에 포괄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죄의 영향력은 육체가 반응하는 즉흥적인 생각들만이 아니라, 영적인 것들도 마찬가지다. 하나님을 외면하고, 멀리 떠나려는 인간의 불신앙이 사람의 전인격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사람은 하나님을 신뢰하고 의존하면서 살아가려고 하지 않는다. 하나님을 공경하여 그가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지 않으면, 육체적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성령이 임하셔서 복음으로 사람을 불러주시고, 은사를 내려 주시며, 믿음을 장착시켜 주신다. 인간은 자기 자신의 자유의지로 예수 그리스도를 믿을 수 없으며, 하나님께 나올 수 없다. 오직 성령의 인도하심에 의존할 뿐이다. 믿음의 사람은 영적인 영역에서 자유함을 회복하지만, 자연적인 사람은 세속적인 일들을 결정하는 자유가 있을 뿐이다.

2. 하나님의 감춰지심

루터의 특수한 계시의 개념이라고 말할 수 있는 하나님의 “감춰지심”(hiddenness of God)에 대해서 수많은 루터학자들이 주목했다. 루터는 이 개념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믿음을 심어 넣으려는 목적으로 활용하였다. 루터가 제기한 종교개혁적인 사상의 특징으로 여러 사람들에게 크게 깨우침을 갖도록 기여한 중요한 개념이 바로 “십자가의 신학”이다.

그런데 이 십자가의 신학을 설명하면서 루터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는 하나님이 자기 자신을 감추신다고 풀이하였다. 루터는 토론과 설교와 논문 등 여러 곳에서 하나님의 감춰지심에 대해서 언급했다. 이런 내용들이 루터의 중요한 세 가지 문서에서 드러난다. 『하이델베르그논쟁』(1518), 『의지의 노예에 관하여』인 논문(1525), 그리고 『창세기 주석』(1535-45)에서 자주 목격된다.

살아계신 하나님, 참되신 하나님께서는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즉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서 자기 자신을 인간들에게 알려주셨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가장 강력한 하나님의 계시이다. 이 계시가 자꾸 걸림돌이 되는 것은 우리가 이성적으로 기대하는 곳에서 하나님을 발견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늘과 땅을 지으신 전능하신 창조주께는 이성의 범주들 속에서 알 수 있는 방식으로 자신을 계시하지 않으셨다. 하나님은 자기의 아들 십자가에서 죽으신 그리스도의 연약함 속에서 자신을 보여주셨다. 하나님은 그리스도 밖에서는 두렵고, 알 수 없는 분이시지만, 그리스도 안에서는 은혜로운 분이시다.

그러나 루터는 하나님께서 자기 자신을 감추시는 두 번 째 방식을 채택하였다고 말한다. 십자가에 죽으시는 그리스도의 계시 속에서 자신을 감추실 뿐만 아니라, 자연만물에 외부로 드러나는 계시에서도 자신을 은폐하셨다는 것이다.

이 두 번째의 경우, 하나님의 감추심이 어떤 자들은 구원하시고, 어떤 사람들은 저주하시는가에 관하여 신비스럽고 비밀스러운 것들 속에 들어있다. 이것은 하나님 자신 속에 들어있는 것이어서 접근이 불가능한 영역이고, 그의 말씀을 초월하여 있는 것이요, 감춰져 있는 것이다.

<계속>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부총장/ 조직신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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