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고 현 목사

자신을 희생하지 않고 상대방을 받아드릴 수 없다. 희생은 다른 사람이나, 어떤 목적을 위하여 자신의 목숨, 재산, 명예, 이익 따위를 버릴 수 있다. 희생이 없는 사회는 한마디로 삭막하다. 희생이 없으면 이기주의가 만연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렇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 희생이 없다면, 이웃과 더불어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 그리고 평등의 공동체를 실현할 수 없다. 아버지를 사이에 두고 형제가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내가 할 거야"
"아니야 형! 내가 할 거라고"

대화를 들어보면 안 좋은 일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형제는 서로 아버지를 위해 자신이 희생하겠다며 대화한다. 아버지 김철주(63)씨는 2007년 간암 판정을 받고 치료를 받았지만, 2017년에 다시 재발하여 간이식 말고는 다른 치료방법이 없었다. 그러자 큰아들 김민배(37)씨와 작은아들 김민환(35)씨가 서로 자신의 간을 아버지에게 이식해드리고 싶다면서 의견충돌이 일어난 것이다.

"형은 자녀가 둘이나 있잖아. 그러니 내가 해야 해!"

하지만 형은 동생을 만류했다. 동생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직원으로 일하고 있기에 이식 수술을 하면 업무에 공백이 생길 것이 뻔했다. 결혼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결국 형제는 병원 측이 결정하도록 하였다. 두 사람 중 이식에 적합한 간을 아버지에게 드리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뜻밖의 반전의 결론이 내려졌다. 검사결과 두 사람 모두 간 조직의 크기가 작아서 이식을 위해서는 두 사람 모두의 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2명이 1명에게 간을 기증하는 동시에 이식은 전체 간이식 수술의 10% 정도로, 흔한 사례는 아니었다. 하지만 2017년 12월 19일, 결국 세 사람은 수술대 위에 올랐다. 아버지의 몸 안에는 사이좋은 두 아들의 간이 새롭게 자리를 잡아 두 아들의 피가 흐르게 되었다.

우리는 매일 아침 우리 모두를 가슴 아프게 하는 이야기보다 알려지지 않은 따뜻한 이야기가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다. 아버지를 위해서, 그리고 자신의 형제를 위해서 내가 더 노력하고 내가 더 희생하겠다는 형제의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인가. 세상은 혼자 살수 없다. 이웃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 더불어 산다는 것은 자신을 희생하지 않고서는 아름다운 사회, 예수님의 사랑공동체, 평등공동체를 실현할 수 없다.

"내가 어버이에게 효도하면 자식이 또한 효도하나 이 몸이 이미 효도하지 못했으면 자식이 어찌 효도하리요."

가정의 달을 보매면서, 부모를 향한 효도, 형제간의 우애, 부모를 향한 형제의 희생은 많은 교훈을 준다. 인생을 가치있고 아름답게 살고자 원한다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예장 보수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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