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는 한반도의 평화를 둘러싸고 그야말로 변화무쌍한 한 주였다. 판문점 선언 이후 이를 완결할 6.12 북미회담을 코앞에 두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적 언동에 맞서 전격적인 북미회담 취소를 발표했다가 며칠 만에 다시 재개의 뜻을 밝히는 등 그야말로 마치 롤러코스터 정국이 펼쳐졌다.

표면적으로는 북한의 외무상 등이 미국을 향해 거친 막말을 쏟아내며 도발을 한 것이 문제가 된 듯 보이지만 깊은 속을 들여다보면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두 나라간의 입장 차이가 미국으로 하여금 먼저 회담 취소라는 초강수를 두게 만든 요인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에 소위 ‘CVID’ 즉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핵 폐기’를 요구해 온 반면에 북한은 비핵화의 단계적 실현과 그 대가로 자신들의 체제 보장과 경제 지원을 요구하면서 서로의 간격이 충돌하고 만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북미회담 취소를 발표하자마자 북한은 언제 그랬냐는 듯 태도를 돌변해 마치 반성문이라도 쓰듯 몸을 낮추는 자세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자존심을 살려줬다. 지난 5월 26일 오후 북측 판문각에서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은 북한이 이번 북미회담에 얼마나 매달라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라 할 수 있다. 북한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써온 ‘벼랑끝’ 전술이 먹혀들지 않자 우리 쪽에 다급한 신호를 보내왔고, 문 대통령이 이에 호응해 불과 한 달 만에 두 정상이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그 이튿날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내외신 기자들에게 회담 내용을 설명하는 같은 시간에 미국에서 북미회담 재추진 발표 속보가 날아든 것만 봐도 남북미 3국간에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복잡 미묘한 줄다리기에서 우리 정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어느 정도 짐작이 간다. 결국 김정은이 자신들의 다급한 입장을 미국에 전달해 줄 것을 요청했고, 문 대통령이 적극 중재에 나섬으로써 무산 위기에 처했던 북미회담이 극적으로 소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동안 그 어떤 합의와 약속도 손바닥 뒤집듯 깨는 소위 ‘벼랑끝’ 전술로 고비를 기회로 전환시켜 왔다. 유엔의 거듭된 경고와 제제에도 불구하고 핵실험과 미국 본토와 괌을 겨냥한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로 그 호전성을 전세계에 드러내 왔던 북한이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목침지뢰 도발 등으로 한반도를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 직전까지 몰고 가지 않았던가. 그랬던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이 선대 유훈 운운하며 핵 포기를 공언하고, 그토록 경색되었던 남북관계가 정권이 바뀌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해빙 수준을 넘어 우호관계로 급변하게 된 것 자체가 우리에게는 파격을 넘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을 만만하게 생각하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다. 자신을 3대 후계자로 세운 고모부 장성택을 잔인하게 처형하고 이복형의 암살하는 등 북한주민들을 공포로 몰아넣던 그가 어느 날 당당히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어와 문 대통령에게 손을 내미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할 수 있는 것도 북한 정권이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 우리 안에는 북한의 고도의 전략 전술에 속아선 안 된다는 경계론과 북한의 진정성을 믿고 교류와 협력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옹호론이 양립하고 있다. 북한이 전세계 앞에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는 장면을 보여준 것도 전형적인 위장 쇼라는 주장과 핵 폐기로 가는 첫걸음이라는 양극의 주장이 충돌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우리가 북한의 위장 평화 공세에 또다시 속든 안 속든 분명한 사실은 북한 스스로가 이미 한반도 평화를 위한 중앙 무대에 우뚝 서 버렸고, 그것을 되돌리기에는 이미 너무 먼 길을 왔다는 것을 누구보다 그들이 더 잘 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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