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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주 목사] 내가 누구이기에(출 3:11)
김창주 목사  |  webmaster@c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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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04  10: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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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창 주 목사

모세는 하나님의 명령에 “내가 누군데 바로에게 가서 이스라엘을 인도하라는 거죠?”라며 되묻는다. Who Am I? 4절에서 ‘내가 여기 있나이다’라던 반응과 전혀 다르다. 힌네니는 소명에 대한 정중한 수용이자 하나님 경외에 기반을 둔다. 하나님이 이삭을 바치라는 명령에 아브라함은 힌네니(창 22:1,11), 하나님의 천사가 야곱을 부를 때 힌네니(창 31:11), 야곱이 요셉에게 형들에게 다녀오라는 명령에 힌네니(창 37:13), 사무엘이 부르는 소리를 듣고 엘리에게 힌네니(삼상 3:4,8), 이사야가 성전에서 힌네니(사 6:9)라며 대답한다. 한편 ‘제가 듣겠나이다’라고 대답하는 경우도 있다(삼상 3:9; 58:9; 65:1).

그렇다면 모세의 태도에 변화가 생긴 것인가? 민수기에 의하면 모세는 “온유함이 지면의 모든 사람보다 더한” 인물이다(민 12:3). 그의 ‘매우 온유한’ 성품이 곧 수행능력이나 의지는 아니다. 본문에서 시간의 흐름을 간파할 수 없으나 4절에서 힌네니로 응답하던 모세가 이제는 ‘내가 누구기에’라며 한 발 물러선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 구문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유사한 경우를 살펴봐야 한다.

세 가지 패턴이 눈에 띈다. 하나는 자신의 미천한 출신과 재능의 부족을 드러내는 경우다. 기드온은 이스라엘을 미디안으로부터 구하라는 명령에 ‘내 집은 므낫세 중에 극히 약하고 나는 내 아버지 집에서 가장 작은 자’라며 주저한다(삿 6:15). 사울 또한 지도자로 선택되자 ‘이스라엘 지파 중 가장 작으며 베냐민 가족 중 가장 미약하지 않습니까’라고 반문한다(삼상 9:21). 여기에는 소속 지파에 대한 평가와 함께 가문을 동시에 언급한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모세는 출신 성분을 들어 핑계대지는 않는다.

솔로몬은 다윗의 뒤를 이어 왕이 되자 ‘작은 아이라 출입을 알지 못한다’며 지혜를 구하고(왕상 3:7), 예레미야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아이라 말할 줄을 모른다’며 물러서는 반응을 보인다(렘 1:6). 모세 역시 ‘나는 본래 말을 잘하지 못하는 자니이다. 입이 뻣뻣하고 혀가 둔한 자니이다’며 다시 한 번 거절한다(출 4:10). 모세가 어눌한 이유는 바로의 계략 때문이었다. 랍비 전승에 의하면 바로는 어린 모세를 시험하기 위해 금과 숯불을 각각 채운 화로를 두 개 준비시킨다. 금을 집으면 권력을 차지할 징조로 여겨 모세를 제거하고 뜨거운 화로를 집으면 치명상을 입게 기획한 것이다. 모세는 영문도 모른 채 숯불을 집어 입술에 대자 화상을 입고 결국 말더듬이 되었다.<Soncino Pentateuch, 219>

셋째는 ‘내가 누구기에’라며 정체성에 집중하는 경우다. 사울이 딸 메랍을 다윗에게 주고자 할 때 ‘내가 누구며 내 집이 무엇이기에 왕의 사위가 되겠느냐’고 되묻는다(삼상 18:18). 후에 다윗은 왕조에 대한 하나님의 영원한 약속에 대하여 ‘내가 누구며 내 집이 무엇이기에 여기까지 인도하시는가’라며 감사한다(삼하 7:18). 솔로몬의 경우는 성전 건축을 앞두고 ‘내가 누구기에 어찌 성전을 건축하리요’라고 자신에게 집중한다(대하 2:6). 본문에서 모세는 Who Am I?고 묻지만 사실 ‘How Can I?’ 곧 ‘제가 어떻게?’이다. 모세의 거듭된 거절에 하나님은 7일 동안 설득했다고 한다.<Exodus Rabbah 3:14>

위와 같은 반응은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거절인가, 겸양인가? 모세는 동족을 학대하던 이집트인을 죽이고 미디안에 피신해온 상황이다(출 2:11-15). 도망자이며 살인자인 모세에게 하나님은 그의 백성을 인도해내라는 엄청난 소임을 내린다. 내면이 위축되고 자신감이 낮아진 상황에서 자존감은 더 낮아진 상황이다. 그렇다고 소명에 대한 거절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다만 거대한 사명을 어떻게 완수할지 심리적 부담과 수행 불안 때문에 모세는 적임자가 아니라고 밝힌 것이다. 더구나 모세는 하나님의 부름을 받을 때 나이가 이미 팔십이었다(행 7:30). ‘내가 누구기에’는 모세가 하나님의 현존 앞에서 격식을 갖춘 예의와 뼛속까지 겸손해지는 태도를 함께 담아낸 관용적인 묘사다.

한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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