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는 달리 욥기는 당시 유대인 사회의 도덕관에 일대 도전을 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유대인들은 인간에게 닥치는 모든 고난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여겼다. 인과응보사상이다. 하지만 욥기를 보면 그 같은 논리가 도전을 받고 있다. 욥이 고난을 당하는 것은 그에게 어떤 도덕적 결함이 있어서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을 인간으로서 그 이유를 안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인간은 하나님의 지혜안에 있는 피조물이지, 인간의 지혜로 하나님의 지혜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자의 도덕경에 ‘천지는 인자하지 않다(天地不仁)’는 말이 있다. 천지 만물은 자연의 질서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지, 사람을 가려가며 이 사람에게는 비를 내리고, 저 사람에게는 볕을 내리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서 ‘천지’란 하늘과 땅의 공간개념이라기보다 세상 이치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예수께서도 “하나님이 그 해를 악인과 선인에게 비취게 하시며 비를 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에게 내리심이라”(마5:45)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사람이 제 마음대로 선악을 구분하여 남을 심판하지 말라는 뜻으로 하신 말씀이다.
요즘 한국교회를 보면 욥의 친구들이 따로 없지 싶다. WCC부산대회 유치 반대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한기총을 비롯한 보수교회들은 결사적으로 WCC부산대회 유치를 반대하는데 그 이유라는 게 WCC가 용공이고, 동성애를 확산시키고, 종교다원주의를 표방하고, 자유주의신학을 신봉하는 집단 이라며 마치 전쟁이라도 벌일 태세이다. 저들의 주장이 과연 타당한지의 여부는 차치하고 스스로 선과 악을 판단하는 오만과 무지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삼일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