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창 주 목사

하나님은 두렵고 주저하는 모세에게 ‘내가 너와 함께 있으리라’며 사명에 대한 확신을 재차 강조한다. 구약에서 ‘너와 함께’는 약 100 차례가량 언급되어 지지와 보호를 나타내면서 자신감을 갖게 하는 구문으로 활용된다. ‘너와 함께’는 소명자가 망설일 때 하나님의 약속을 보증하는 관용적 문구로 쓰인다. 문장 구성으로 볼 때 짧은 명사문장의 경우와 하야 동사를 포함한 동사문장으로 나뉘고, 화자가 일인칭인 경우와 하나님이 삼인칭으로 언급되는 경우로 분류된다.

먼저 동사 없이 ‘너와 함께’로 쓰인 예는 아비멜렉이 아브라함과 계약을 맺으며(창 21:22), 베델에서 하나님의 천사가 야곱에게(창 28:15), 광야 사십년 동안 하나님이 이스라엘과 함께(신 2:7), 천사가 기드온에게(삿 6:12), 솔로몬이 성전 공사를 시작할 때(대상 28:20) 쓰였다(신 20:1; 31:8; 삼상 10:7; 사 41:10). 하야 동사와 함께 완성된 문장의 경우는 흉년에 이집트로 떠나려는 이삭에게(창 26:3), 야곱이 에서에게 돌아가려할 때(창 31:3), 이드로가 재판하는 모세에게(출 18:19), 모세의 뒤를 이은 여호수아에게(신 31:23; 수 1:5), 사울이 골리앗에게 도전하는 다윗에게(삼상 17:37), 또한 다윗 가문의 영원한 왕위를 확언하는 나단신탁(삼하 7:9) 등에 사용된다(삿 6:16; 삼상 20:13).

한편 일인칭 ‘내가 너와 함께’는 장차 있을 보장 등을 제시할 때(창 26:3; 31:3; 신 31:23; 신 31:23; 수 1:5; 3:7; 삿 6:16; 왕상 11:38; 대상 22:16), ‘하나님/ 야웨가 너와 함께’처럼 삼인칭의 경우는 기원이나 소원 등을 표현하는 구문으로 쓰인다(창 21:22; 26:28; 신 2:7). 목적격 ‘너’가 복수로 쓰인 예도 발견된다(창 48:21; 출 10:10; 민 14:43; 20:1). (히브리어 ‘함께’를 뜻하는 전치사는 임(im)과 에트(et) 둘이다. 의미상의 차이는 없고 예언서에는 주로 후자가 사용된다(사 43:2; 43:5; 렘 1:8,19; 15:20; 30:11; 46:28).<Houtman, 362> 위의 본문은 모두 ‘임’이다.)

출애굽기 3장 12절은 원래 일인칭 대명사 ‘아노키’(I)가 포함되었을 것이다. 다음 4장에서 ‘네 입과 함께 있으리라’를 보면 가능성이 있다(출 4:12,15). ‘에흐웨’를 포함한 이유는 14절의 하나님 이름을 넌지시 알려주려는 것처럼 보인다. 동사 없는 ‘내가 너와 함께’가 긴박한 상황에서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자신감을 준다면, 완결된 문장 ‘너와 함께 있으리라’는 계약서를 작성하듯 합의 과정을 통하여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미래의 보장을 약속한다. 즉 전자가 순간의 절박함을 강조한다면, 후자는 양자가 합의한 사실을 문서화함으로써 법적 보호는 물론 하나님의 확실한 도장을 받아내는 것과 같은 효과를 준다.

하나님은 모세에게 이스라엘 구원이라는 막중한 사명을 맡기며 ‘내가 너와 함께 있으리라’고 말씀하신다. 곧 하나님이 모세 곁에서 보호하고 지원하며 그의 사명을 완수할 수 있도록 힘을 주시겠다는 확약이다. 그러니 모세는 무슨 말을 해야 하고 어떻게 헤쳐가야할지 걱정할 필요 없다(출 4:12). 결과적으로 모세가 맡은 임무는 성공적으로 달성될 것이다. ‘내가 너와 함께’는 11절의 우물쭈물한 태도에서 사명 완수를 위해 나서게 하는 강력한 동력이다. 하나님이 함께 하시기에 모세는 불가능의 가능성을 찾아 과감하게 나설 수 있게 되었다.

신약에서 ‘너와 함께’는 중요 대목에서 쓰인다. 천사 가브리엘은 마리아에게 예수 탄생을 예고하며 ‘주께서 너와 함께 하시도다’(눅 1:28), 부활한 예수가 제자들에게 ‘볼찌어다 내가 세상 끝 날까지 함께 할 지어다(마 28:20)’고 당부한다. 또한 사도 바울이 고린도교회에 쓴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하나님의 사랑과 성령의 교통하심이 너희 무리와 함께 있을지어다’(고후 13:13)라는 문안 인사는 축도로 사용된다. ‘내가 너와 함께’는 기독교 제의에서 평안을 비는 인사말이며 예배를 갈무리하는 대표적 축문이다.

한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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