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재 성 교수

5. 그리스도의 직분과 만인제사장설

루터는 예수 그리스도가 제사장이요, 왕으로서 2중직을 감당하였다고 풀이했다. 직분을 가지신 분이시기에, 그리스도와의 연합이 우리들의 구원에서 근본적인 것이다. 훗날 칼빈에 의해서 그리스도의 선지자 직분이 추가되어서 3중직으로 보완되었고, 개혁주의 교회들이 공식적으로 채택하게 된다. 루터는 초기 종교개혁자로서 그리스도의 선지자적 직분은 두 가지 직분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으로 취급하였기 때문에, 충분히 구별하지 못했다. 칼빈은 왕, 제사장, 선지자로서의 그리스도가 담당하신 3중적 직분론 (the Munus Triplex, Christ as Prophet, King, Priest)을 완전히 복원시켰다.

예수 그리스도는 왕이므로, 그리스도와 연합된 자들은 모두 다 왕 같은 자들이다. 그리스도는 자신을 낮추어서 겸손하게 찾아오셨고, 세상의 손에 자신을 내어주셔서 죽음을 당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기쁜 소식이다. 모든 성도들이 왕이라는 소식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것은 나쁜 소식이기도 한데, 그리스도의 자기희생과 고난이라는 요소가 그 안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모든 성도들은 구원을 성취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방식으로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는 것은 아니다. 성도들에게는 모든 것이 허용되어져 있고, 만물의 주인이라는 의미에서 왕과 같다. 그러나 성도들은 다른 사람들을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한다.

루터는 조직신학을 체계화한 교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모든 기독교의 진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연계되어 있음을 강조했다. 하나님에 관해서 말하는 모든 내용들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의 관련성이 있음을 일관성 있게 강조하였다.

예수 그리스도의 제사장 직분에 대한 이해에 근거하여, 루터의 만인제사장론이 정립되었다. 직접적으로 루터가 이 단어를 사용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1520년 독일 귀족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베드로전서 2장 9절과 계시록 5장 10절을 인용하여, 직접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루터는 소위 성직자라는 어떤 사람을 통해서 하나님과의 교통을 나누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목회자나 신부나 공로를 지니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든 성도들은 직접 하나님과의 교제를 누릴 수 있다고 루터는 설교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하나님과 직접적으로 관련을 갖고 있으시다. 그리스도 인간적인 성품 안에 있는 성도들도 모두 다 하나님과 직접적으로 관계한다. 루터는 고해성사나 미사를 통해서 성직자들이 중보자의 역할을 감당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6. 십자가의 신학

중세 고위 성직자들은 성도들에게서 대접을 받고, 높은 자리에서 은혜를 나눠주는 자들이었다. 그러나 루터는 목회자의 직분이란 섬기는 것이요, 다른 사람들의 발을 씻으신 예수님의 길을, 곧 십자가를 지고 가는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교회의 정치나 징계나 치리는 성도들에게 압박을 가하거나 권세로 다스리는 사역이 아니라, 회복시키고 돌이키는 사역이다. 비록 루터를 비난하고 정죄했던 자들에게까지도, 로마가톨릭 성직자들이 부정할 수 없는 목회원리를 제시하였다.

루터가 제기한 많은 토론 주제들 중에서 신선하면서도 잊혀 지지 않는 주제가 “십자가의 신학”이라는 개념이다. 루터는 중세 스콜라주의 신학에 대해서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이 개념을 제시했다. 1517년 9월 4일, 중세기를 거쳐 오면서 모든 사람들이 따랐던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체계가 크게 기여한 게 없다고 밝혔다. 특히 중세신학은 단순히 교회 안에서만 잘못된 것이 아니라, 전체 국가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연계되어 있었기에 사람들의 생활에 진정으로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말할 수 있다.

<계속>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부총장/ 조직신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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