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청 앞에서 열린 백영모 선교사 석방 촉구 기자회견 모습.

“대통령님, 경찰청장님, 그리고 국민여러분! 제발 우리 남편을 살려주십시오. 그 무섭고 참혹한 감옥에서 우리 남편을 구해주십시오. 남편과 같은 처지에 있는 우리 국민을 구원해 주시기를 눈물로 청원 드립니다. 정부와 경찰청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외교적, 정치적,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하루 속히 남편이 석방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필리핀에서 18년 동안 선교사로 활동하다가 하루아침에 억울한 누명을 쓰고 구금된 백영모 선교사의 아내 배순영 선교사의 처절한 절규가 하늘을 찔렀다. 2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 선 배 선교사는 갑작스러운 남편의 구금에 다소 초췌한 모습이었지만, 하루라도 빨리 남편을 구해내야 한다는 마음에 “남편이 석방될 수 있도록 꼭 좀 도와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 남편의 석방을 간곡히 부탁하는 배순영 선교사.

배 선교사는 딸 졸업식을 하루 앞두고 학교 내에서 강제로 끌려간 남편의 상황을 설명하고, 부푼 꿈이 하루아침에 무참히 짓밟혀 두려움과 분노 등으로 엄청난 혼란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처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철창 안에 갇힌 남편을 볼 때 마다 감옥에서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지 않을까 밤에도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하는 상황을 이야기 하고, 남편이 보지도 못한 총기와 수류탄, 총탄을 소지했다고 거짓 서명을 한 9명이 있는 안티폴로경찰서 유치장에 남편이 있다는 것이 감당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성토했다.

이에 배 선교사는 “제발 아무 죄 없는 남편을 가족에게 돌려 보내달라”며, 경찰청장을 비롯해 경찰관, 외교부 장관, 필리핀 주한 대사 등 외교관 등에게 눈물로 호소했다.

이 자리에는 백 선교사가 속한 교단인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윤성원 총회장을 비롯해 해외 선교위원회, 백영모선교사석방대책위원회 등 총회 관계자들도 대거 참석해 억울하게 투옥하고 있는 백 선교사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했다.

▲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백 선교사의 석방을 위해 국민적 기도를 요청하는 윤성원 총회장.

특히 윤성원 총회장은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무고한 대한민국 국민이 필리핀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혐의로 체포돼 현재 현지 유치장에 갇혀 있다며,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갇힌 백 선교사의 석방을 위해 국민적인 힘을 모아달라고 강력히 호소했다.

윤 총회장은 억울하게 투옥된 우리 선교사가 하루빨리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정부의 다각적인 노력을 촉구하고, 필리핀 정부와 사법당국에도 한국 선교사의 억울한 구금 사건은 결코 백 선교사만의 문제가 아닌 600여명의 한인 선교사 모두의 문제이기에 사법당국이 보다 면밀히 살펴 법과 절차, 증거에 따라 사건을 신중하게 처리해 달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아내 배 선교사가 남편의 석방을 위해 청와대에 청원한 국민 청원운동에 적극 동참해주고, 종교를 떠나 억울하게 갇힌 백 선교사를 위해 전 국민이 마음과 힘을 모아주기를 간절히 요청했다.

▲ 남편의 석방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러 가는 배순영 선교사.

이어 교단 관계자들과 배 선교사 등은 “백영모 선교사는 억울한 투옥입니다”, “백영모 선교사 석방을 위한 국민청원을 부탁드립니다”, “경찰청, 외교부 나서서 자국민 석방 탄원하라” 등을 외치고, 윤 총회장과 배 선교사가 직접 탄원서를 들고 경찰청장에 제출했다.

곳곳에서 ‘셋업’ 범죄 의심 정황

한편 백 선교사는 앞서 5월 30일 오후 2시 30분경 마닐라 인근 페이스아카데미 내에서 불법 총기와 폭발물 소지 및 취급 관련 혐의 등으로 잠복 중이던 사복 경찰관에게 긴급 체포됐다. 소명의 기회조차 없이 강제 연행된 백 선교사는 혐의 자체를 부인하고 있음에도, 현재 마닐라 동쪽 끝 안티폴로시티 경찰서 유치장에 구속 수감되어 있는 상태다.

마닐라 안티폴로 경찰당국에 따르면 백 선교사와 한우리복음선교법인 행정관 죠 라미레즈와 미구엘 톨렌티노 등은 서로 공모 합의해 적합한 기관의 등록 허가 없는 권총과 수류탄, 총탄 등을 소지한 혐의로 체포, 구금됐다.

경찰은 또 문제가 된 불법 총기류와 폭발물은 지난해 12월 15일 수색영장을 발부 받아 선교법인 소속 건물을 수색했을 때 발견됐으며, 관련 조사를 위해 백 선교사에게 여러 차례 경찰서에 출두할 것을 명령했으나 우편물을 수취하고도 출두하지 않아 체포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찰의 이러한 주장에 백 선교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경찰 당국의 갑작스러운 수색과 선교사의 체포과정에서 석연치 않는 사실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 억울한 누명으로 구금되어 있는 백영모 선교사의 석방을 촉구하는 기성 총회 관계자들과 아내 배순영 선교사.

먼저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 곳은 불법 무기가 발견된 한우리선교법인이 아니라, 담장을 사이에 두고 있는 필리핀국제대학교다. 하지만 경찰은 대학이 아닌 선교법인 건물을 수색했고, 무장 경비의 숙소에서 권총과 수류탄 등이 발견되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백 선교사측은 한우리선교법인의 직원도 아니고, 그곳에서 거주하지도 않는데도 불법 총기류 소지 관련 혐의를 적용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여기에 백 선교사는 그런 총기 및 폭발물을 본적도 없고, 그가 무기를 갖고 있는 것을 본 사람도 없는데도 체포, 구금한 것은 경찰 당국의 무리한 처사라는 지적도 불거지고 있다.

또 체포 이전에 백 선교사에게 수차례 보냈다는 경찰 출석 통지서도 백 선교사에게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백 선교사 부인인 배순영 선교사는 “현재 거주지에서 9년째 살고 있지만 출두명령을 고지 받은 적이 한번도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법원 서류에도 백 선교사 등 3명의 거주지 주소가 그들과 전혀 연관 없는 필리핀국제대학으로 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대학은 한우리선교법인이 소유한 건물의 소유권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유력 인사가 지배하는 학교이기도 하다.

경찰 측의 주장대로 수차례 발부했다는 출두명령서 누군가의해 수취되었다면 법원 서류에 백 선교사의 거주지로 나오는 대학일 가능성이 높다. 앞서 발부된 압수수색 영장도 안티폴로가 아닌 거기서 2~3시간 떨어진 라구나라는 곳에서 발급된 것으로 나타나 의구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뿐 아니라 경찰이 압수수색하던 당시 방송국 카메라가 동행해 현장급습 장면과 발견된 무기 등이 방송에 그대로 방영된 것도 필리핀에 흔히 있는 ‘셋업’으로 의심이 되고 있다. 동시에 백 선교사가 수갑을 차고 체포되는 장면을 휴대폰으로 찍은 영상이 곧바로 한국에 있는 교단 인사들에게 전달된 것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필리핀 선교부와 현지 교민들도 “처음부터 백영모 선교사를 구속시키기 위해 ‘작업’이 진행 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등 백 선교사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필리핀 사법 당국에 구류되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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