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가 필리핀에 파송한 백영모 선교사가 필리핀 경찰에 의해 체포돼 지난 5월 30일 현지 경찰서에 구금된 사실이 알려지면 교계가 충격에 빠졌다. 백 선교사는 지난 2001년 필리핀에 파송돼 18년간 25개 교회를 개척하는 등 선교와 봉사활동에 앞장서온 성실하고 정직한 성직자로 알려져 있다.

그런 백 선교사가 총기류와 총탄, 수류탄 등 불법 무기를 다수 숨겨놓은 현장이 경찰에 의해 적발돼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경찰에 의해 체포 구금돼 한 달이 넘도록 경찰서 유치장에 갇혀 있는 신세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선교 2세기를 맞은 한국교계에 충격을 넘어 분노를 사기에 충분하다.

이미 알려진 사실과 정황 증거만으로 볼 때 백 선교사가 누군가에 의해 모함을 받고 있다는 의심이 들 만한 게 하나둘이 아니다. 우선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곳은 필리핀국제대학교인데 경찰은 엉뚱하게 한우리선교법인 건물을 압수수색했고, 그 건물을 경비하는 무장 경비원의 숙소에서 권총과 수류탄 등이 발견됐다고 한다. 그런데 백 선교사는 한우리선교법인의 직원도 아니고 그곳에 거주하지도 않았는데 경찰이 다짜고짜 백 선교사를 체포했다는 점이 수상하다. 더구나 경찰 측은 백 선교사에게 수차례 출석 통지서를 보냈다는데 백 선교사 가족은 그런 우편물을 한번도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가족과 지인들은 백 선교사가 그런 총기 및 폭발물을 본적도 없고, 그가 무기를 소지하고 있는 것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그 건물의 경비 숙소에서 무기류가 발견되었다는 것만으로 백 선교사를 범인 취급하는데 분개하고 있다. 더구나 무기가 나온 숙소의 경비를 백 선교사가 고용하지도 않았고 아무런 관계가 없는데도 범인으로 단정하고 체포 구금한 것으로 볼 때 누군가에 의해 사전에 각본이 짜여 진 조작범죄라는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필리핀에서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소위 ‘셋업(Setup)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셋업범죄란 여행객의 가방에 일부러 무기나 마약류 등을 넣은 뒤 현지 경찰에 신고해 겁을 주면서 돈을 갈취하는 수법으로 필리핀 내에 거주하는 한국인과 여행객을 대상으로 이런 조작 범죄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백 선교사의 경우가 대표적인 ‘셋업범죄’일 것이라고 의심하는 측은 그날 경찰이 압수수색하면서 방송국 카메라를 대동하고 현장에 들이닥쳐 현장 수색 장면과 발견된 무기 등을 현지방송에 방영한 점, 백 선교사가 수갑을 차고 체포되는 장면이 같은 날 한국에 있는 인사들에게 전달된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런 사실로 미뤄볼 때 처음부터 백 선교사를 음해해 구속시키기 위한 모종의 은밀한 ‘작업’이 진행된 것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백 선교사를 파송한 기성 총회는 지난 6월 22일 경찰청을 방문해 백영모 선교사의 석방을 위한 탄원서를 전달했다. 또한 한국기독교연합도 연합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지난 6월 26일 임원회 결의로 백 선교사에 대한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해당 내용의 공문을 외교부에 발송하기로 하는 등 한국교회 차원에서 백 선교사 석방에 힘을 보태고 있다.

현재 국내에 거주하는 필리핀 국민은 2016년 말 현재 기준으로 58만 명에 달한다. 그들 중 상당수는 국내에서 다문화 가정을 이루거나 산업현장에 종사하며 한국-필리핀 양국간의 우호증진에 기여하고 있다. 동남아에 다수의 불교, 이슬람국가들 사이에서 유일한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이 어쩌다 이런 추악한 범죄의 온상으로 전락하게 되었는지 안타깝기 그지없지만 한국과 필리핀 당국이 이제라도 백 선교사를 가족 품에 돌려보내는데 협력함으로써 양국관계가 더 밝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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