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 성 택 목사

오래 전, 기억에 노무현 정부 시절에 평양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나를 전담하던 북한 참사가 저녁식사를 마치고 물었다. “왜 남측은 불필요한 팀 스피리트 훈련을 해 가지고 서로를 불편하게 합니까? 미국 애들하고 그거 왜 합니까?” 당황스럽고 예민한 질문이었지만 대답을 생각했습니다. 이럴 경우 구체적으로 대답하지 말라는 사전교육을 받았지만, 바른 대답은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군의 팀 스피리트 훈련의 대상은 북한이 아닙니다. 겨우 북한 하나를 상대하고자 이런 훈련을 하는 것이 아니고, 미국과 더불어 동아시아 패권과 주도권을 놓고 중국과 일본을 견제함으로 대한민국의 위상을 세계에 선보이는 훈련입니다.”

그때 필자는 분명하게 국정원에서 절대로 사용하지 말라고 한 북한, 대한민국이라는 용어를 또박또박 사용했다. 기억에 나를 전담했던 그가 필자의 의도를 금방 알아차리고는 얼굴이 붉히고는 그런 식으로 말하면 다시는 공화국에 못 온다고 위협했다. 그래서 굳이 다시 와야 할 이유가 없는 필자로서는 주눅이 들 이유가 없어 이렇게 대답했다.

“안와요. 오라 해도 불편해서 못 오겠소. 서울에서 내차로 오면 세 시간이면 오는 거리를 내가 왜 중국 심양을 돌아서 일박을 하며 시간과 경비를 써서 오는 지, 내가 여기 왔으면서도 이해 못하겠습니다. 다시 올 일도 없지만 혹시 다음에 나를 초청할 일이 있으면 육로로 내 차로 올 수 있게 해 주시오. 그전에는 이렇게 빙빙 돌아서는 못 오겠소.” 뜻밖에 필자의 거친 대답에 당황한 그의 대답을 분명히 기억한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요. 다시 오셔야지요.”

서두를 길게 푼 핵심은 국군의 주적이 북한뿐이냐는 것이다. 남북관계에 조성된 평화무드로 인해 팀 스피리트 훈련이 중단되고, 우리 군의 단독훈련까지 중단하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국방부는 대답해 보라. 우리의 주적이 북한뿐인가? 과거 남침의 위협이 현저했던 시절의 주적은 실존적 위협이었던 북한이었다해도 가하나 지금은 단지 북한은 우리가 경계해야 할 많은 대상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요, 좀 더 신경을 써야 하는 대상일 뿐이다.

그런데 국군이 훈련을 중단했다. 중국과 일본을 상대로 동아시아 해양패권을 다투고, 대북작전은 물론 다양한 테러세력과 국제분쟁의 여파로 닥칠 위험에 군사적으로 대비하고, 감히 적들이 함부로 대들 수 없는 강력한 억지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군 차원의 합동훈련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절대필수불가결한 일이다. 그런 군이 북한과의 관계변화를 이유로 감히 훈련을 중단했다. 이런 군 지휘부의 인식에 당황하고 이를 묵인한 청와대의 처신은 졸렬하다.

북한과의 협상 중에 있는 미국이 팀스피리트 훈련을 중단시킨 것도 유감이지만 이해해 줄 수 있다. 미군철수며 군비문제로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것도 어정쩡한 스탠스로 미국을 헷갈리게 하는 한국정부의 어설픈 중재역을 믿지 못하는 미국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달라야 한다. 여전히 북한은 비핵화를 말일 뿐 여전히 핵 시설은 가동 중이고, 그들의 군사훈련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 군이 알아서 기어주는 것이 너무도 이상하다.

북한만을 의식하는 편협한 작전관을 가진 지휘부는 교체되어야 하며, 만일 이것이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면 심각한 일이다.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서도 군사적 우위는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 영세 중립국 스위스가 꾸준히 그들의 무력을 유지하는 이유를 위정자들이 잊은 것일까? 군비를 증강하자는 것도 아니고 지금까지 하던 훈련을 좀 더 개편 운용하면 될 것을 그래도 명색이 대한민국 국군인데, 고작 북한 눈치나 보며 훈련일정을 조정하는 약골 국군에 화가 난다. “그래도 그대들은 군인 아닌가?”

그리스도대학교 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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