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 병 환 FC

주 52시간 근무 시행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내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10.9% 인상되면서 유통 식음료 등 내수업종이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PC방과 패스트푸드점 등 일부 업종 역시 매장에 자동주문기기를 설치, 인력 사용을 줄이고 있습니다. 또한 인력을 줄이는 것 만으로 비용 감당이 어려워진 편의점들의 폐업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건물 임대료하락으로 이어질 우려가 높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은 제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내년도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연봉은 2천만 원 수준이지만 상여나 수당을 지급할 경우 연봉은 2,700만 원이 넘습니다. 이는 전체 근로자의 임금 중위값 2,600만 원을 상회하는 수준입니다. 금리인상과 환율 상승으로 제조업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신규 채용이 줄어들고 공장 자동화가 가속화되는 실정입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 부진의 여파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이에 대한 해법으로 ‘기본소득’ 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4.13 총선에서는 녹색당과 노동당이 기본소득을 정책공약으로 내걸었고, 경기도 성남시는 2016년부터 연 50만 원의 적은 금액이지만, 만 24세 청년들에게 ‘청년배당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기본소득’의 개념은 간단합니다. 재산이나 소득이 많든 적든, 노동을 하든 하지 않든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받는 소득입니다. ‘비노동소득’이 노동 없이 받는 ‘불로소득’이라는 점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거부감이 큽니다.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는 생각이 사회 전반에 뿌리깊게 내려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현재 한국사회는 불로소득이 노동소득보다 높은 사회입니다. 부동산 임대료, 주식배당금 등 우리 사회 최상위층 소득 대부분은 비노동소득입니다.

현재 비노동소득을 얻는 임대사업자들은 ‘내가 열심히 일해서 부동산을 샀는데, 뭐가 문제냐?’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높은 부동산 가격은 부동산을 사용하는 영세사업자와 이를 소비하는 근로자들 때문입니다.

철학적으로 보면 기본소득은 시민 자격으로 받는 배당금입니다. 그래서 기본소득은 다른 말로 ‘시민배당’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는 우리 사회의 공유자원에 대해 누구나 지분이 있기 때문에 배당금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입니다.미국 알래스카주는 1982년부터 석유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모든 주민들에게 매년 배당금을 지급해 왔습니다. 1982년에 알래스카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면 그가 매년 주정부로부터 받는 돈은 5천만 원 이상입니다.

석유가 모두의 공유재인 것처럼 토지와 천연자원, 물, 공기, 아름다운 풍광 등 자연적 공유재는 주변에 널려있습니다. 하지만 이 자연적 공유재를 이용해 돈을 버는 것은 특정한 기업이나 개인들입니다. 예를 들어 남산의 케이블카 사용료 내에는 남산 주변 아름다운 경치에 대한 비용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아주 적은 세금을 제외한 모든 수입은 케이블카를 설치한 기업이 가져가고 있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아름다운 야경을 만드는 집과 차량들에게도 배당금이 지급되어야 할 것입니다.

최저임금의 해법 또한 여기에 있습니다. 최저임금을 지불하는 영세사업자가 모든 책임을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건물주와 정부 등 우리 사회 전체가 소득주도 성장을 위해 최저임금의 상승분을 감당해야 합니다. 한국의 국민부담률(조세+의무적 사회보장기여금)은 OECD 평균에 비해 GDP 대비 10% 정도 낮습니다. OECD 평균수준으로만 세금을 걷고, 배당소득과 임대소득 등 현재의 비노동소득에 대해 세금을 더 부과한다면 전국민 기본소득이 가능합니다.

전국민의 임금이 인상되고 여가시간이 증가하여 내수경제가 살아난다면 현재 비노동소득을 얻고 있는 부유층 또한 주가 인상과 임대료 인상 등 수혜를 얻게 될 것입니다. 불황극복을 위해 민간소비를 끌어올리는 분수효과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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