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 헌 철 목사

“거듭 강조하건대 이는 경(卿)과 나만이 아는 비밀이다. 만약 내가 죽더라도 경은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 이제부터 나와 함께 있어서는 아니 된다. 가거라.” 하고 비잔틴 제국의 황제는 명하였다. ‘프란체스’의 근심 어린 눈빛을 외면하며 나는 성벽 아래로 걸어 내려와 말에 올랐다. ‘프란체스’ 그와 나는 이렇게 헤어졌다.

세상사 마음먹기에 달렸다지만, 아무리 애를 쓰고 혼신의 힘을 쏟아 부어도 안 되는 일이 있다. 주님께서 왜 이토록 가혹한 시련과 고통을 주시는지 잠시 원망스러웠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모든 잘못과 책임은 나에게로 귀결된다. 설혹 운명의 신이 내 편을 들지 않더라도 나는 원망하거나 탓하지 않겠다. 절대로 회피하거나 도망치려 하지 않겠다. 구차하게 목숨을 부지하느니 장렬하게 죽는 길을 택하겠다. 지켜야 할 가치를 끝까지 지키다가 죽은 사람으로 남겠다. 어제도 그리고 오늘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마지막 순간까지 불굴의 투지와 신에 대한 믿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일 뿐이다. 신께서 나로 하여금 제국을 위하여, 영원하신 나의 주님을 위하여 순교할 수 있는 축복을 주신 것이다.

자, 이제 전장으로 달려 나가야 할 시간이다. 첫 포성이 황궁을 뒤흔들었다. 오, 야웨 하나님! 적들의 말발굽 소리를 듣고 계시나이까? 마지막으로 간절히 청하옵건데 성모 마리아여 이교도들의 창검으로부터 당신의 이 거룩한 제국을 지켜주도록 주님께 빌어 주소서,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고 바치오니 저희를 불쌍히 여기사 당신의 품 안에 거두어 주소서. 아멘!

이 전란 중의 일기는 나의 충직한 신하이며 사려 깊은 친구이기도 한 ‘프란체스’를 통하여 후대에 전하여 질 것이다. 나는 죽고 제국은 사라져도 이 기록은 영원히 남아 있기를 기원하며 ~ .(출처 : 술탄과 황제. 2012)

‘콘스탄티노플’[Κωνσταντινούπολις 콘스탄티누폴리스, 라틴어:Constantinopolis 콘스탄티노폴리스, 영어:Constantinople 콘스탄티노플. 로마 제국의 황제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바꾸기 전의 원명은 비잔티움(라틴어:Byzantium 비잔티움, 그리스어 : Bυζαντιον 뷔잔티온], 비잔티움 제국(동로마 제국)으로부터 약 1000년의 역사가 1453년 오스만제국의 ‘술탄’에게 점령을 당했다. 비단 정교회(東方正敎會)의 황제였지만 그는 그의 일기에 자국민의 생명을 위하여, 국가의 안위를 위하여, 자신들의 신앙을 위하여, 끝까지 싸우다가 장렬히 순국(순교)했고, 그러면서도 그는 자기들이 사전 대비에 게을리 하였음을 통탄하며 자책하기까지 하였음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런데 병역거부 자들은 국가가 위기에 처해있어도, 국민들의 생명의 위협을 받아도, 자기만 구원 받겠다며 양심을 내세우고 있으니, 이야말로 위선에 매몰 된 거짓말쟁이, 침략의 조성 자, 나아가 살인의 묵인 자가 될 수도 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라, 인간에게 진정한 양심이란 것이 존재한다고 보는가? 당신들이 신(하나님)이란 말인가? 당신들은 대한민국이 적에게 침략을 당해도 점령을 당해도 당신만 구원 받으면 그만이란 말인가? 철저한 방위 정신과 방위력을 갖추지 못한 국가들의 존망이 어떻게 엇갈리었는가에 대한 역사적 사실들을 살펴보았는가? 따라서 자기 생명만 구걸하겠다는 거짓말은 이제 그만 해라. 당신들이 군대 입영을 거부하기 위해 내세우는 양심이야 말로 적극적 방어를 망각한 인애와 자비를 짓밟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타인을 구원하는 사랑의 실천을 명하셨다. 그런데 그대들은 개도물어가지 않을 양심(자존심) 등을 신앙으로 포장하여 이웃의 죽음과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요 13:34)

한국장로교신학 학장•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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