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고 현 목사

누구나 살아가는데 인연이 있다. 인연이 있기 때문에 이웃이 있고, 너와 내가 있다. 우리가 있다. 그리고 살 맛 나는 세상을 꿈꾸며, 희망을 가질 수 있다. 10여 년 전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있었던 어느 승무원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소개한다.

객실의 승무원들이 승객들에게 한 차례의 서비스를 마친 후, 승무원 일부가 벙커(여객기 안에 있는 승무원들의 휴식처)로 휴식을 취하러 간 시간이었다. 한 승무원이 더 필요한 것이 없는지 객실을 한 바퀴 도는데 할머니 한 분이 계속 화장실을 들락날락 거리며,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뭔가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 승무원이 다가갔다.

“도와드릴까요? 할머니 어디 편찮으신 데 있으세요?” 할머니는 잠시 아주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승무원의 귀에 대고 이렇게 말했다. “아가씨~ 내가 틀니를 잃어 버렸는데, 어느 화장실인지 생각이 나지를 않아. 어떡하지?” 승무원은 “제가 찾아보겠다”며 일단 할머니를 안심시킨 후 좌석에 모셨다. 그러고는 손에 비닐장갑을 끼고 객실 안에 있는 화장실 쓰레기통을 뒤지기 시작했다.

첫 번째 없고, 두 번째도 없고, 마침내 세 번째 쓰레기통에서 승무원는 휴지에 곱게 싸인 틀니를 발견했다. 할머니가 양치질을 하느라 잠시 빼놓고 간 것을 누군가가 쓰레기인 줄 알고 버린 것이었다. 승무원은 틀니를 깨끗이 씻고, 뜨거운 물에 소독까지 해서 할머니께 갖다 드렸다. 할머니는 목적지에 도착해 내릴 때까지 승무원에게 여러 번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할머니는 세월이 한참 흘러 그날 일이, 그 승무원의 기억 속에서 까맣게 잊혀질 즈음 승무원의 남자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남자친구와 결혼을 약속, 지방에 있는 예비 시댁에 인사드리기로 한 날이 며칠 남지 않은 날이었다. 남자친구는 여자친구인 그 승무원에게, “미국에서 외할머니가 오셨는데, 지금 서울에 계시니 인사를 드리러 가자”고 했다.

예비 시댁 어른 중 나이가 가장 많은 분이라, 승무원는 잔뜩 긴장한 채 남자친구를 따라 할머니를 뵈러 갔다. 그런데 할머니를 뵌 순간 어디서 많이 뵌 듯 낯이 익어 이렇게 얘기했다. “할머니, 처음 뵙는 것 같지가 않아요. 자주 뵙던 분 같으세요.” 그러자 할머니께서는 그 승무원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시더니 갑자기 손뼉을 치며 “아가! 나 모르겠니? 틀니, 틀니!” 하였다. 그러고 나서 그 옛날 탑승권을 여권 사이에서 꺼내 보였다. 거기에는 승무원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할머니는 언젠가 비행기를 타면, 그때 그 친절했던 승무원을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승무원의 명찰이름을 보고 적어 놓았다고 한다. 할머니는 “외손자와 결혼할 처자가 비행기를 타는 아가씨라 해서 혹시나 했는데, 이런 '인연'이 어디 있느냐”며 좋아했다. 그 승무원은 예비 시댁 어른들을 만나기도 전에 사랑받는 며느리가 되었다. 물론 지금도 사랑받으며 잘 살고 있다.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몰라보고, 보통 사람은 '인연'인 줄 알면서도 놓치고,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 "우리 모두는 그리스도 안에서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아름다운 '인연'을 만들어 가자.

예장 보수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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