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효종 목사.

필리핀에서 18년간 선교사역에만 매진한 국내 선교사가 억울한 누명으로 구속 수감됐다는 소식에 억장이 무너진다. 도대체 언제까지 우리 국민들이 타국에서 억울하게 피해를 봐야 하는지 되묻고 싶다.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행 1:8)는 말씀만 쫓아 고향을 떠나 먼 나라에서 힘들게 하나님 말씀을 전했을 선교사를 생각하니 더욱 가슴이 먹먹하다.

이 선교사는 앞서 5월 30일 오후 2시 30분경 마닐라 인근 페이스아카데미 내에서 불법 총기와 폭발물 소지 및 취급 관련 혐의 등으로 잠복 중이던 사복 경찰관에게 긴급 체포됐다. 졸업식을 하루 앞둔 날 아버지의 투옥으로 딸의 꿈마저 무참히 짓밟혔다. 소명의 기회조차 없이 강제 연행된 선교사는 혐의 자체를 부인했음에도, 마닐라 동쪽 끝 안티폴로시티 경찰서 유치장에 구속 수감되어 있다가 구속적부심과 보석 청원이 법원에서 기각 처리된 후 지난 11일 유치장에서 나와 같은 건물 내에 있는 교도소에 수감됐다.

이 선교사의 부인과 해당 교단 대책위원회에서 동분서주 했지만, 여전히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 다행인 점은 이 선교사 부인이 대한민국 청와대에 올린 국민청원이 20만명을 넘어서 정부로부터의 공식답변을 들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제발 부탁컨대 정부가 억울한 누명으로 옥에 갇힌 선교사의 석방을 위해 발 벗고 나서주길 바란다.

선교사의 석방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20만명을 넘어섰다는 것은 단순한 수치의 문제가 아니다. 교단은 물론 한국교회, 대국민의 지대한 관심을 갖고 동참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비단 이 선교사의 석방만을 위한 동참이 아니었다. 여기에는 그동안 한국 선교사들이 전세계 선교현장에서 불합리하게 피해를 받았던 것들에 대한 울분도 포함됐을 것으로 생각된다.

솔직히 그동안 한국 선교사들은 각종 폭력과 살인, 사기 등 위험에 노출되어 갖은 피해를 당해 왔다. 하지만 매번 선교사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할 뿐 정작 피해를 당한 선교사들의 안전을 위한 대책마련에는 소홀했다. 또 “기독교가 그러면 그렇지”, “그러게 왜 위험한 곳에 갔냐” 등을 내뱉으며 조롱했다. 하지만 그렇게 주저하고 있을 때 대한민국 국민이자, 하나님 나라 건설을 위해 이름도 빛도 없이 낯선 땅에서 사역을 펼치고 있는 선교사들은 병들어 간다.

자신이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수감됐음에도 이 선교사는 사도바울처럼 100명이 수감하고 있는 교도소에서 다른 재소자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전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수감된 곳에서 어려움에 처한 많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기도하면서, 석방 후에도 고통 받는 이웃과 갇힌 자를 위한 교정선교도 하겠다는 각오를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이 처한 고통 보다 남이 처한 고통에 귀를 기울여주고, 그들을 위로해주는 이 선교사의 상처 받은 마음을 이제는 대한민국 정부가 보듬어줘야 할 때이다.

정부가 이번 국민청원을 유심히 살펴서 두 번 다시는 똑같은 일이 재탕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 그리고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선교사들의 안전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고, 최소한 그들이 불합리한 처사로 고통당하는 일이 없도록 애써주길 기대한다. 무엇보다 선교사라는 이면에 그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생각을 아로 새겨, 국민 한명, 한명의 신변안전에도 힘을 쓰는 든든한 정부, 국민을 지키는 정부가 되길 소망한다.

예장 호헌총회장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