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 순 임 목사

예수님의 십자가 정신은 화해와 사랑, 평화의 의미를 담고 있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한민족의 요구인 남북한 민족의 화해와 한반도의 평화, 그리고 평화적인 민족통일에 봉사해야 한다. 만약 한국교회가 한민족의 요구인 분단의 현장에서 민족통일의 문제에 관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교회의 사명을 스스로 저버리는 것이다. 또 교회가 분단된 조국의 상황에서 감당해야 할 선교적 과제를 망각하는 것이며, 예수님의 역사현장, 삶의 현장에서 이탈하는 것이다.

교회가 존재해야 할 이유는 예수님의 삶을 닮기 위한 것이며, 이 땅에 새로운 나라, 하나님의 나라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교회는 민족공동체로서의 신앙공동체이다. 기독교인들은 그리스도인이기 전에 한민족의 한사람이다. 우리는 한민족의 한사람으로서 그리스도를 믿는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은 민족공동체 일원으로서 남북한 민족의 화해와 한반도의 평화, 평화적인 민족통일운동에 참여해야 한다. 이것은 예수님이 실현한 인간구원과 연결되어 있다. 예수님은 처절하고 고통스러운 역사의 현장에서 보잘 것 없는 사람들과 함께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위한 하나님나라운동을 벌였다.

이제라도 한국교회는 가던 길을 멈추고, 분단의 현장에 교회를 세우고,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를 위한 ‘평화’, 샬롬을 노래해야 한다. 하나님의 평화는 역사적 현존이며, 예수님의 역사현장에서 일어난 하나님의 참 평화운동이다. 그것은 힘에 의한 평화, ‘팍스’가 아니다. 팍스는 권력이 만들어낸 평화이다. 그 평화는 신민지 민족들의 정의를 짓밟으면서 만들어낸 거짓평화이다. 화해와 정의가 실현된 상태의 평화가 참 평화이다. 예수님은 이런 사랑과 평화를 우리에게 가르쳐 주셨다.

한민족의 통일은 샬롬이 팍스를 뚫고 들어가 변혁시킬 때 실현된다. 이것이 오늘 한국교회가 해야 할 일이며, 그리고 실천되어야 할 과제인 동시에 역사적으로 현존하시는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를 실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생명의 담지자인 민족의 어머니들은 기독교가 한국에 전래된 이래 오늘까지 어떠한 형태로든지 기도해 왔고, 오늘도 기도하고 있다.

분열과 갈등을 일삼으며, 거짓평화를 외쳐 온 한국교회는 이제라도 예수님의 십자가를 지고 분단의 현장에 들어가 한반도의 평화와 한민족의 화해, 그리고 평화적인 민족통일운동에 봉사하자. 이것은 민족의 요구에 응답하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선교초기부터 분열과 갈등에 익숙해져 있다. 여기에서 벗어나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의 복음을 외쳐야 한다. 이럴 때 한국교회는 민족의 요구에 응답하고, 평화적인 민족통일에 대한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또 하나님의 선교적 사명을 감당하는 것이고, 복음의 요청이며, 선교의 요청이다. 그리고 하나님의 역사하심에 복종하는 것이다. 이것만이 한국교회의 잃어버린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고, 예수님의 역사현장에서 십자가를 지고 사랑과 정의, 생명이 흘러넘치는 통일된 한민족공동체를 실현할 수 있다. 이때 부산에서 만들어진 신발이 경부선을 타고 휴전선을 넘어 북한 땅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유럽을 거쳐 영국까지 간다고 생각해 보라. 신바람이 절로 나지 않는가. 이것은 광복절 73주년, 분단 73주년, 동족상잔의 비극 68년을 맞은 2018년 한국의 그리스인들에게 던져지는 메시지가 아닌가.

예장 열린총회 초대총회장•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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