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재 성 교수

로마가톨릭에서는 타락한 인간 본성에 대한 반성보다는 자율적인 인간의 노력과 공로를 더욱 더 중요시하였다. 하나님께서는 무한한 자비로서 인간이 스스로 구원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여 성취하도록 가치를 부여하셨다고 가르쳤다. 하나님의 형상을 지니고 있던 아담에게는 죄를 지은 이후에 “덧붙여진 은사”(donum supreadditum)가 주어져서 하나님의 명령을 수행하는 자가 되게 했다는 것이다. 중세 말기에, 유명론을 주장한 신학자 가브리엘 비엘이 말한 바와 같이, 하나님께서는 “인간에게 스스로 노력하는 가운데서 무엇을 성취하도록 허용하셨다”(facere quod in se est)고 주장했다. 심지어 이교도들이라도 그들의 이성을 사용하므로서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가르쳤다. 그러나 칼빈은 아담의 선한 본성에다가 또 다른 덧붙혀진 은혜를 주실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중세 가톨릭교회는 거룩함을 유지하는 방법으로서 인간의 부패성을 방지하기 위하여서 수도원이나 공동생활에서 엄격한 금욕주의를 시행하였다. 때로는 신비주의와 경건주의가 구원의 길이라고 강조하였다. 결혼한 삶은 수도사가 명상하면서 보내는 삶보다는 저급하다고 평가하였다. 결혼관계에서 갖는 성적인 결합관계는 인종번성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만 취급하였다. 순수한 영적인 명상의 높은 경지에 비하면 동물적인 단계라고 보았다.

종교개혁자들은 사람의 본성에 대한 이해를 성경적으로 확고히 제시하였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돌아가야만 한다고 주장하던 종교개혁자들은 바로 그 성경에서 가르치는 사람의 본질적 타락을 재발견하였다. 루터는 아담이 타락함으로 인해서 하나님의 형상이 완전히 파괴되었다고 선포했다. 루터는 하나님의 소명을 수행할 수 있는 도덕적 탁월함과 능력은 완전히 상실되었다고 보았다. 16세기로 접어들면서, 종교개혁자들은 성경이 가르쳐주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철저한 깨달음을 갖게 된 것이다.

칼빈은 영혼과 육체를 나누어서 구분하되, 육체를 근본적으로 죄악시하는 개념을 부인하였다. 우리의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것은 본성 그 자체에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아담의 타락을 통해서 오염되고 부패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사도 바울은 아담의 죄와 그리스도의 의가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전가되었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우리 심령의 깊은 곳에 교만한 것이 큰 문제의 근원이라고 칼빈은 지적했다. 원래 아담과 이브는 선한 피조물이었고, 삼위일체 하나님의 도덕적 속성들을 반영하고 있었다. 순종에 합당하게 지어졌으나, 선택의 자유함을 사용하면서 자신의 욕망에 따라서 스스로 타락시켜 멸망을 자초하고 말았다. 아담에게 주어진 것은 “자유 선택권”이었다고 칼빈은 설명한다.

하나님은 사람의 영혼에 지성을 주셔서 그것으로 선과 악을, 옳고 그름을 분별하게 하셨고, 또한 이성의 빛을 안내자로 주셔서 우리가 피해야 할 것과 좇아야 할 것을 구별하게 하셨다.....

그러므로 아담은 자기가 원하면 얼마든지 설 수가 있었는데, 전적으로 자기 의지로 타락한 것이다....
선과 악을 선택하는 것은 전적으로 그의 자유였다....

처음에는 영혼의 각 부분이 의를 형성하고 있었고, 아담의 정신이 견고하게서 있었으며, 그의 의지가 선택할 자유를 누리고 있었다.

칼빈은 아담의 후손들은 부패한 상태를 물려받았고, 유전적인 오염도 이어 받았음에 유의하라고 충고한다. 아담의 후손들은, 조상 아담처럼, 자유선택권을 가질 수 없다. 영적인 멸망 상태에 속한 자들은 잃어버린 것을 사람들은 죄책, 오염, 죽음 가운데서 태어난다. 인간은 이제 죽음으로 방향이 결정되어져 있을 뿐이다.
<계속>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부총장/ 조직신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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