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 성 택 목사

필자가 지금까지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면서 특히 상대가 있는 일을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경험을 정리한다면 “최악의 결말을 전제해야 한다. 그리고 전문가들이 나서야 하며, 상대에게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짐작케는 할지라도 나의 생각을 결정적으로 짐작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꼭 맞는 말은 아니겠지만 항상 잘된다며 최선의 결말을 예고하다가 망한 경우에 수습이 안되는 것을 많이 보았고, 전문적 식견없이 열정만으로 덤비다가 낭패한 경험이 한두번이 아니며,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상대가 미리 알아버림으로 결국 원하는 것을 빼앗기는 경험 또한 한두번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최근 남북대표가 9월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기정사실화했다. 당연히 초당적인 협력과 준비가 있어야 할 것이고, 사건 자체가 갖는 휘발성으로 인해 우리 내부가 상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손익을 계산하는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지금 백악관의 온 신경이 11월 중간선거에 있고 좀 더 멀리 트럼프의 재선에 있다. 이를 위해 트럼프는 아주 유효적절하게 북핵을 다루고 있으니 북핵의 존재보다 미군 유해 송환과 북한이 장거리 발사체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북핵을 빌미로 중국을 손바닥보듯 들여다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청와대는 절대로 미국의 CVID를 믿어서는 안된다. 최악의 경우를 전제하라는 말이다.

또한 중국은 지금 한반도 정세에서 가장 주도적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어차피 트럼프가 한국을 실질적 동맹에서 줄 수 있는 혜택을 거두어들임으로 철저한 자국 이익을 내세움으로 한국 정부가 더 이상 미국을 의지할 수 없게 된 상황을 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에게는 대 중국 전문가가 없다. 지금 중국대사도 그렇고 중국 외교라인이 아무리 살펴도 뚜렷한 지중 인사가 없다. 반면 중국은 한국을 유학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한 인사들을 중심으로 지한인재풀을 거듭거듭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다. 정부는 이 사실을 알고 있는가?

마지막으로 우리 정부는 자신의 모든 패를 내보이고 겜블링을 하는 것과 같다. 너무 어설프고 아마추어적이어서 주변 국가들로부터 조롱을 받고 있다. 그 와중에 가장 견고하게 유지하여야 할 군사력조차 스스로 퇴보시키고 있고, 국민적 여론의 결집과 국론 통일을 위하여 혼신의 힘을 다하여야 하는데 정작 그 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 여론을 편 가르고 일방의 논리만을 선호하고 상대를 적폐로 몰고 있다. 그 결말이 너무도 자명하여 지금껏 필자의 예측이 거의 빗나간 적이 없다. 이럴 줄 몰랐는가라는 표현을 쓴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렇다면 얼마 남지 않은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평양의 비위 맞추기를 중단하여야 한다. 평양도 우리가 자신들의 비위를 맞추어 주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요구를 들어 줄 것을 원한다. 그렇기에 지금처럼 대북 저자세와 선심공세는 북한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 다 알지 않는가?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온 것은 우리의 선심공세나 비위 맞추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들이 정한 스케쥴을 따라서 그리고 외부적으로 대북경제제재로 인한 것이다. 즉 자신들의 일정과 외부 힘의 합점에서 대화로 나온 것이다.

두 번째로 유능한 외교전문가를 전면에, 군사전문가를 후면에 배치하고 정치인들은 삼선으로 빠져야 한다. 정치인들의 얄팍한 여론용 디테일이 외교와 군사에 개입하면 두고두고 땅을 칠 일이 발생할 것이다. 외교와 군사 전문가들이 우리의 궁극적이고 결정적인 패를 안고 적진에서 싸워야 한다. 이것은 싸움이지 게임이 아닌고로 패전은 국난으로 다가온다. 청와대는 어설픈 중매쟁이 같은 이에전트 역할을 그만두고 이 전쟁의 최고 사령부의 자세로 임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에게 다음 기회가 있다.

두 정상의 포옹과 악수가 보내는 많은 시그널이 있겠지만 식상하다. 돈많고 맘씨 좋은 형이 아니라, 정확하고 분명한 메시지를 가진 다루기 힘든 까칠한 형이 되는 것이 낫다.

그리스도대학교 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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