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맞고 서 있는 나무들처럼
어디 안길 수 있을까
비는 어디 있고
그들이 만드는 품은 또
어디 있을까
나무는 어디 있을까

-시집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에서
 
* 정현종 : 연세대학교 국문과 명예교수. 한국문학작가상. 연암문학상  미당문학상.
                김달진문학상. 공초문학상. 경암학술상 (예술부문)

▲ 정 재 영 장로
시인의 학부 전공이 철학이었던 전기적인 면을 보아 형이상시의 특성을 전제하면서 읽어본다. 비유의 형식상의 구성을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대칭적인 사물의 특이성을 지적한다. 비는 하향을 방향을, 나무는 상향을 지향하는 사물이다. 비는 이동성이며, 나무는 고정성이다. 전자는 하늘에서 있던 존재이며, 후자는 지상의 존재다. 이런 상극적이고 이질적인 성격의 사물이 하나로 되는 품의 동원을 융합적 사고(상상)라 한다. 이 요소가 형이상시의 특징점이며, 현대시에서 말하는 융합시다. 이 작품은 이질적인 두 이미지 즉 ‘ 비를 맞고 서 있는 나무’의 모습의 이미지가 품이라는 융합성을 제시하면서 새로운 이미지의 이동을 그려주고 있다.

나무의 고정성은 인간이 가지는 한계성 즉 실존에 대한 담론이다. 비를 맞고 있는 자리에서 순응하여야 하는 운명적 의식을 잘 그리고 있다. 나무를 인간의 모습으로 비유한다면 비는 하늘로 비유된 신적인 축복이다. 즉 신과 나무는 품으로 하나가 된다. 융합의식인 서로 구별할 수 없는 상호 보완적인 작용이 품인 것이다.

3행과 4행은 그 연장 확대 상상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비는 어디에 있고’라는 말은 그 존재의 여부에 대한 의구심을 통한 소망을 드러나고 있다.

마지막 행에서 나무가 있는 곳이 비의 품이며, 동시에 하늘이 품이다. 서로 품어줄 수 있는 대상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형이상시는 양극화된 창조적 비유와 기발한 착상(컨시트)을 통해 융합을 유발하여 순수한 문학적 통징을 이끄는 문학목적론의 요소로 구성된다. 이 작품에서는 비와 나무는 양극화된 이미지이며, 그 품은 하나로 융합되는 지점이다. 그 부존재 의식이 통징(아픔)을 가져다준다.

결론적으로 품이란 포용하고 관용하고 용서하는 안식의 장소를 뜻하며, 화자는 인간을 포함한 우주적 사랑과 평화와 안식을 희귀하고 있다.

전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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