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 성 택 목사

최초의 문민정부를 내세우며 임기초반 엄청안 지지율을 기록했던 김영삼 대통령은 임기 말 6%대의 초라한 지지율로 퇴진했고, IMF를 극복하며 남북평화 노력으로 노벨평화상에 빛나던 김대중 대통령도 임기 말 24%의 지지율로 물러났고, 남북문제만 잘되면 다른 것은 깽판(?)쳐도 괜찮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말 27%의 지지율로 불행한 모습으로 유명을 달리했고, 747의 화려한 경제성장을 약속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23%로 영어의 몸이 되었으며, 통일 대박에 아리송한 창조경제를 논하던 박근혜 대통령도 5%의 지지율로 영어(囹圄)의 몸이 되어있다.

이들 대부분 초반 지지도는 그야말로 상식을 뛰어넘는 것이었지만, 퇴임 당시의 지지율 또한 상식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이런 사태의 배경을 들여다보면 모두 경제가 해답이 된다. 너무 경제가 힘들 때면 모든 일의 잘못을 이유 불분하고 모두 대통령을 원망하였으니 이것이 지지율에 반영되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일이다. 오죽하면 골프를 치다가 OB가 나도 그것을 대통령 때문이라고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것을 국민의 입장에서 뒤집어 말하면 어떤 정책이건 간에 국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진다면 그것을 충분하다는 말일 것이다.

세대간 이념과 목표가 너무도 다르다. 50대 이상의 반공세대에게는 승공이 지상사명이요 통일이 지상목표일지 몰라도 그 이하의 세대에게는 정녕 그러하지 않다. 그들에게는 자신과 가족들의 행복과 인간다운 삶의 질이 통일보다 우선한다. 그들에게서 통일은 하면 좋은 것이지만 그것 때문에 자신의 경제적 빈곤을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한다. 그 엄청난 통일비용에 대해서도 경계심을 보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므로 이 시대의 통일 논의는 막강한 국방력과 더불어 탄탄한 경제력에 기초해야 성공한다. 이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펙트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의 통일지상주의로 가고 있다. 남북문제만 잘되면 모든 것은 잘못해도 상관없다는 그 발상은 당시에도 통하지 않았고 지금은 더더욱 통하지 않는다. 아무리 김정은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오고 트럼프와 만나면서 비핵화의 진전을 이루고 한반도의 평화무드가 정착될지라도 현실적 경제가 자신의 가슴을 옭죄이는 순간 이 정권은 그 모든 남북문제의 추진 동력을 단 한번에 상실한다. 청와대는 이 문제를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된다.

지금 대통령의 지지도 추락은 정치 외교의 문제로 인한 것이 아니라 경제실패에 기인하고 그 추락속도가 급격하다. 그리고 그 반전은 절대로 정치 외교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필자의 생각에는 남북 화해 무드에 잔뜩 고무된 지지계층마저 만일 더 이상의 괄목할 만한 진전이 없으면 그 실망감이 반드시 지지율에 부정적으로 반영될 것이다. 따라서 문제는 경제다. 이것을 모르면 바보다. 만일 알면서도 이 길을 계속 간다면 이는 단순한 바보가 아닌 역사에 돌이킬 수 없는 죄인이 된다.

연일 청와대가 대책회의를 하며 지금까지 경제 정책 실패를 돌아보고 있는 듯하다. 대통령은 지금 체면이고 위신을 따질 시점이 아니다. 이미 그런 시점은 넘어선 것 같고 지금 과감하게 민의를 반영하지 않으면 집도 절도, 집토끼도 산토끼도 모두 놓친다. 이것이 필자의 눈에는 보이는 데 왜 그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까? 과거 진보 10이이 그렇게 쉽게 무너진 것도 어설픈 경제정책과 그 실험에서 기인한 것인데, 과거 보수 10년이 그렇게 허망하게 무너진 것도 허망한 747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창조경제 때문이었는데, 지금 이 정권이 무모할 정도로 그 길을 뒤 따르니 가슴 아프고 아려서 쓰는 호소문이다. 기억하라. 민초에게는 소소한 삶이 위대한 정치보다 우선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소소한 삶이 위대한 역사를 만든다는 것도!

그리스도대학교 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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