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명 환 목사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한국교회는 한국 개신교인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세워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우선 한국의 기독교인은, 그리스도인으로서 한국인이 된 것이 아니다. 한국인으로서 그리스도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오늘날 기독교인, 아니 이전의 기독교인들은 한국인에서 기독교인으로 이적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 교인들이 많다.

분명한 것은 기독교인은 세상적 구현체이다. 또 문화적 형태와 문화적 공동체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즉 문화적 옷을 입고, 문화적 내용을 문화적으로 표현하게 되어 있다. 또 그럴 수밖에 없다. 그것은 유럽의 기독교인도, 미국의 기독교인도, 아프리카의 기독교인도, 아시아의 기독교인도 모두가 마찬가지 이다.

만약 한국의 기독교인이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제거하고, 서구의 문화를 그대로 수용한다면, 그것은 갓 쓰고 양복을 입은 꼴이 된다. 지금까지 한국의 기독교는 그렇게 보여 왔고, 기독교의 문화가 바로 서구의 문화인양 착각 속에서 살아 왔다. 이러한 인식을 바꾸지 않는 한 기독교인은 한국의 문화와 역사 속에서 있으나 마나한 존재에 불과하다. 그렇다 한국의 기독교인들은 우리의 문화와 역사 안에서 기독교인의 자기정체성을 추구해야 한다.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은 참 한국인이 된다는 말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다. 그것은 한국인으로서 기독교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기독교인들은 이 땅의 살림살이를 지탱해 온 사람들의 유기적 공존문화에 봉사해 왔고, 봉사하고 있다. 오늘 한국교회는 신의 자리에 맘몬으로 대치한 결과, 기독교인들의 삶은 예수님의 삶의 자리, 역사의 현장서 이탈되었다. 교회의 목회자들과 교인들은 이에 대한 잘못을 알면서도, 변화시키려는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오늘 한국사회는 다양한 종교가 공존한다. 한국교회가 한국문화의 유기적 공존을 이룩하는 책임, 예수님의 삶의 자리로 돌아가 자기 십자가를 지고 하나님나라운동을 벌일 때, 기독교인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다. 이러한 자부심과 주체의식을 가질 때 진정한 기독교인이 될 것이다. 그것은 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교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오늘 교회에서 가난한 교인들이 왜 이탈하는가를 생각하면, 그것을 쉽게 이해 할 수 있다.

선교초기 한국교회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에 들어 온 개신교가 수명을 다한 이씨조선과 일본 식민지세력의 압제와 수탈 속에서도 한민족에게 하나님나라, 아니 새로운 나라에 대한 희망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한민족에게는 아니 초기 기독교인들에게는 민족의 수난을 감지할 수 있는 안테나가 있었으며, 한국인으로서 기독교인이 되어 민족의 아픔에 참여할 수 있는 민족의식이 그대로 배어있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국적 있는 기독교인으로서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했다.

오늘 이러한 모습을 기독교인들에게서 찾아 볼 수 없다는데 서글프다. 한국 기독교인들의 정체성은 3.1만세운동으로 집대성 됐다. 내년이면 3.1만세운동이 일어난지 100년이 된다. 그동안 3.1만세운동은 일본 국가주의에 굴복한 배교자들에 의해서 과소평가 되어 왔고, 지금도 과소평가되고 있다. 평등사상과 민주적 훈련, 그리고 교회라는 조직없이 3.1만세운동이 전국에서 일어날 수 있었겠는가.

3.1만세운동은 지금까지 드러난 것과 마찬가지로 교회의 지도층과 선교사들의 의도와는 달리, 가난한 교인들에 의해서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이것은 이들이 민족사적 맥락에서 그리스도교를 해석하고, 받아드린 결과이다. 우리는 3.1만세운동의 선언문 작성에 참여한 기독교인 16일을 포함한 33인을 내세울 줄만 알았지, 3.1만세운동의 주체와 전개과정에 대해서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제라도 한국의 기독교인들은 99년전 이 땅에서 일어난 3.1만세운동을 재조명, 한국인으로서 기독교인의 정체성을 바로 세워 나가야 할 것이다.

인천 갈릴리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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