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창 주 목사

‘출애굽’은 문자적으로 ‘이집트에서 탈출’을 가리킨다. 국어대사전은 출애굽을 “이집트에서 노예로 살던 이스라엘 민족이 모세의 인도로 해방되어 나온 일”로 정의한다. ‘출애굽’은 알려진 대로 히브리어 성경에서 비롯된 용어가 아니다. 곧 <70인역>이 붙인 엑소더스(Exodus)를 <불가타> 등 서유럽 언어권에서 계승되어 굳어진 이름에 ‘이집트’를 보충한 형태다. 동북아 한자 문화권에서는 중국어 성경이 ‘出埃及’으로 번역한 이래 그대로 통용되었다. 흔히 ‘출애굽’은 <출애굽기>에 묘사된 오직 이집트에서 탈출을 의미한다고 보기 쉽지만, 시내산의 율법 수여와 광야 유랑, 그리고 가나안의 진입까지 과정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보아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출애굽’은 그리스어 ‘엑소더스’보다 구체적이면서 동시에 제한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출애굽기>의 핵심 줄거리 ‘이집트의 탈출’은 이어지는 <레위기>, <민수기>는 물론 <신명기>의 내용과 연결된 것으로 따로 떼어낼 수 없다. ‘출애굽’은 구체적인 설명 없는 엑소더스보다 이집트에서 탈출한 사건을 명료하게 제시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한편 구약에서 ‘엑소더스’가 직접 언급된 예는 없고 <누가복음>에 한 차례 사용되었을 뿐이다. 곧 예수가 베드로, 요한, 그리고 야고보를 데리고 변모산에서 기도하는 누가복음 9장 31절이다. “영광 중에 나타나서 장차 예수께서 예루살렘에서 ‘별세’(exodus)하실 것을 말할 새(개역개정).” 인용구의 엑소더스는 “별세”(개역개정)로, “이루실 일, 곧 그의 죽으심”(새번역), “이루실 일, 곧 세상을 떠나실 일”(성경)으로 나온다. 직역 대신 해설을 택한 결과다. 인용구에서 엑소더스는 이집트 탈출이나 가나안 진입과 전혀 상관없는 문맥이어서 현재 논의와 직접 관련성을 찾을 수는 없다. 다만 엑소더스는 ‘미지의 세계를 향하여 떠나간다’는 사전적인 의미를 확인하는 것으로 만족하면 된다.

그리스어 exodus는 ‘~로부터’를 가리키는 전치사 ex와 ‘길’을 의미하는 명사 odos가 결합되어 ‘탈출’(outgoing)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그러므로 <탈출기>와 관련하여 Exodus의 최초 의미는 ‘이집트 제국의 학정과 적대적인 환경을 벗어나려는 이스라엘의 집단적인 탈출 행렬’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낱말에는 동작과 방향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전치사 ex는 엑소더스의 출발 지점이 어디인지 밝혀준다. 그리하여 엑소더스는 이집트의 학정에 저항하여 뛰쳐나온 이스라엘 공동체의 탈출 행위라는 본래적 의미에서 이와 유사한 형태의 행위나 내용 등으로 확대되어 사용하게 된다. 예컨대, ‘다수의 이동,’ ‘퇴거,’ ‘철수,’ ‘이주’ 등으로 사용되며 흥미롭게도 주식시장의 집단 매도 상황을 엑소더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스라엘의 이집트 탈출이라는 엑소더스의 특수한 경우가 일반 명사화가 된 것이다. 그렇지만 ‘엑소더스’의 접두어 ex가 출발지점(from where)을 설명한다는 점에서 부분적으로 옳지만 정작 하나님의 주도성을 살리지 못한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예치아는 히브리어 동사 ‘호치아’의 히필형에 뿌리를 둔 추상명사이다. 호치아는 구약성서에서 이스라엘 구원을 묘사하는 오래된 구문에 쓰인다. 곧 ‘(주체가) (어떤 공간으로부터) (대상을) 이끌어내다’를 뜻하는 전형적인 문장의 동사다. 이렇듯 짤막한 구문에 담긴 의미를 ‘예치아’로 칭할 수 있다는 제안이다. 예치아는 네 가지 사항, 주체(야웨), 대상(이스라엘), 장소(이집트), 내용(이끌어냄)을 포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예치아의 어미에 붙은 ‘접미사’를 방향이나 목표를 지시하는 문법기호로 읽으면 예치아의 최종 목표(가나안 진입)까지 포함하는 상징적인 개념이 되는 것이다.

출애굽, 엑소더스는 구약성서에 언급되지 않는 용어들이다. 역사적 신앙고백(신 26:5-9, 6:20-24, 수 24:2b-13)에서 알 수 있듯 이스라엘의 출애굽, 엑소더스는 중요하고 명백한 사건이다. 그렇지만 ‘출애굽,’ ‘엑소더스’라는 어휘는 그 핵심을 담지 못하고 일정 부분을 확대한 결과를 가져왔다. 예치아는 ‘야웨가 이스라엘을 이집트에서 이끌어낸 일’의 구문을 분석할 때 더 이상 쪼개고 나눌 수 없는 최소 단위이지만 또한 동시에 가장 핵심이 되는 용어다.

한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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