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교 총회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9월은 거의 대부분의 장로교단들이 총회를 열어 한 회기를 마무리하고 또 새로운 회기를 시작하는 중요한 달이다.

그런데 매년 장로교단 총회는 정책을 입안하거나 법을 바로 세우는 일은 뒷전이고 오로지 임원선거, 그 중에서도 차기 총회장을 뽑는 부총회장 선거에 과도한 에너지를 쏟곤 했다. 총회장에게 쏠린 막강한 제왕적 권한이 합리적으로 축소되지 않는 한 반복되는 탈법 과열 돈선거 풍토가 개선되기를 바라는 것은 어쩌면 계란으로 바위치기처럼 요원해 보인다. 그런데 올해는 매년 뜨겁던 임원 선거 열기가 교단이 안고 있는 복잡한 문제들에 함몰되는 느낌이 든다.

예장 통합은 명성교회 세습문제가 단연 가장 큰 이슈로 떠올랐다. 총회 직전에 재판국이 헌법에 명시된 세습금지법에 배치되는 해석으로 명성교회 부자 세습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에 이를 총회가 그대로 인정하느냐, 아니면 판결을 불용하고 재심을 결의하느냐가 관건이다.

일각에서는 이 문제가 교단 분열의 전초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명성교회 세습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갈등이 총회에서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어느 한쪽이 받아들이기 어렵고, 더더욱 화합하는 방향으로 봉합하기에는 골이 너무 깊다는 점도 지켜볼 대목이다. 명성교회가 개교회이지만 한국교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웬만한 교단 이상으로 큰 만큼 만약 교회가 교단을 탈퇴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될 경우는 물론, 그 반대의 결과가 나올 경우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예장 합동은 최근 교육부가 총신대 김영우 총장과 전 현 이사장 등 15명의 이사와 감사 전원에 대해 취임승인 취소 처분을 내리면서 막바지에 다다른 느낌이다. 이 문제는 교육부에서 임시이사를 파송하게 되면 수습국면에 접어들게 되겠지만 총신대 사태에 대한 교단의 판단은 이번 총회가 고비가 될 전망이다.

따라서 이번 합동 총회에서는 총신대 문제 보다 구 개혁측의 총대 문제가 논란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5년 제90회 총회에서 개혁측을 받아들여 장로교단 최대의 교세를 달성한 합동 총회는 최근 총회 선거관리위원회가 구 개혁측의 총회총대 경력을 인정하지 않은 문제로 구 개혁측 인사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곤혹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동안 교단 발전에 물심양면으로 기여해 온 구 개혁측 인사들을 중심으로 지난 13년동안 한번도 총회장을 배출하지 못할 정도로 굳어진 교단 내 인사편중 문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이번 총회에서 어떤 식으로 표출될지 자못 궁금하다.

예장 대신(백석)은 3년 전 전격적인 통합을 이루었던 대신측 교회 상당수가 다시 구 대신측과 합하기로 함으로써 결국 돌고 돌아 원점으로 향하는 모양새이다. 당시 두 교단의 통합은 비슷한 신학 성향과 배경을 가진 중형 교단들 간의 인위적 통합이 과연 한국교회 정서 안에서 성공적으로 뿌리 내릴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었다. 그런데 대신측 상당수의 교회가 백석과 결별하고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기로 함에 따라 교단 통합이라는 실험은 일단 실패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총회에서는 백석 총회가 3년만에 다시 백석이라는 본래의 이름으로 되돌아가게 될지 아니면 끝까지 잔류를 선택한 측과의 합의정신을 존중해 또 다른 진로를 모색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원인이 무엇이건 간에 장로교 9월 총회가 인물을 뽑는 선거에 올인하던 데서 벗어나게 된 것은 분명 새로운 변화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변화는 통합, 합동 등 장로교 대교단들이 지금 안고 있는 문제들을 볼 때 오히려 부정적으로 비쳐진다. 그것은 그냥 잠시 지나가는 먹구름 같을 수도 있겠지만 만일 이번 총회에서 제대로 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할 경우, 해당 교단 뿐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에 거대한 폭풍우를 몰고 와 엄청난 상처를 남기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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