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세습을 용인했던 예장통합 서울동남노회가 끝내 정기노회를 열지 못함에 따라 교단 제103회 총회에 총대들을 파송하지 못하는 사고노회로 전락하게 됐다. 서울동남노회는 지난 봄 정기노회 시 명성교회 지지측 총대들의 고의 불출석으로 휴회된 후 몇 차례 연기된 끝에 지난 8월29일 올림픽파크텔에서 마지막으로 정기노회를 개회하려 했으나 이미 갈라져버린 노회원들의 마음을 봉합하지 못한 데다 노회 소집권자의 적법성 논란으로 끝내 무산되고 말았다.

2년여 이어져온 서울동남노회의 파행은 지난해 가을 노회에서 당시 부노회장이던 김수원 목사가 당연히 노회장으로 승계되는 노회 규칙을 깨고 명성측이 김 목사에 대한 불신임안을 무리하게 통과시키면서 시작되었다. 헌의위원장이던 김 목사가 명성교회의 김하나 목사 청빙안을 총회 세습금지법을 들어 거부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이에 발발한 명성측 총대들이 김 목사의 노회장 승계를 물리력으로 거부하고 당석에서 불신임안을 가결해 친명성측 인사들로 임원을 구성함으로써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 것이다.

김 목사는 곧바로 비대위를 구성해 노회장 선거가 불법이었음을 총회 재판국에 제소했고, 재판국으로부터 선거 무효 판결을 받아냈다. 그러나 최근 열린 재판국이 불법적으로 선출된 노회장에 의해 진행된 노회에서 통과된 김하나 목사 청빙은 적법하다는 앞뒤가 안맞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노회가 정상적으로 수습되는 길을 총회가 나서서 막은 꼴이 되었다. 결국 서울동남노회는 집행부를 새로 구성해 정상적인 노회 기능을 회복할 기회를 상실한 채 노회 역사 36년 만에 처음으로 사고노회라는 불명예를 떠안게 되었다.

서울동남노회는 결코 길지 않은 노회 역사 속에서도 역대 총회장 2명과 부총회장 후보 등 다수의 임원을 배출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는 그만큼 교단 내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룬 몇 몇 대형교회들의 영향력이 지대했음을 보여주는 수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같은 영향력은 이번 총회에 단 한명의 총대도 파송하지 못하는 불명예와 함께 동반 추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서울동남노회가 스스로 사고노회를 자청함으로써 이번 통합 총회에서 명성교회 문제는 더욱 뜨거운 감자가 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노회 산하 지교회 문제에 대해 노회 스스로가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포기한 채 총회로 떠넘겨졌을 뿐 아니라 이해 당사자들도 총회총대로서 지지 혹은 반대 발언을 통해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예장통합은 총회 재판국이 명성교회 세습문제를 법리가 아닌 정치적 판단에 의존해 최종 판결을 내린 이후 교계 뿐 아니라 사회적인 지탄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가운데 이미 여러 노회로부터 강력한 주문을 요구하는 헌의안이 쇄도해 험로를 예고해주고 있다. 동성애 파문을 빚기도 했던 장신대 총학생회가 교단 총회를 앞두고 동맹휴업에 들어갔고, 세습반대 단체들도 총회가 개최될 전북 이리신광교회 인근에서 대대적인 세습반대 시위에 나설 것으로 보여 오랜만에 지방에 총회 장소를 정한 교단 집행부로서는 이래저래 마음이 불편할 수밖에 없게 됐다.

예장 통합의 고민은 명성교회 문제를 총회 법을 어긴 여느 개교회의 사례로 딱 잘라 끊어낼 수 없는 데서 더욱 한숨이 깊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통합측은 2016년에 전년대비 5만8천 여 명의 교인이 줄어들었으며, 2017년에는 1만6천 여 명이 줄어 지난 3년간 약 10만 명의 교인이 감소하는 등 최근 수년간 지속적인 교세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 같은 현실에서 만약 이번 총회에서 명성 세습 판결에 철퇴가 가해져 명성교회가 교단을 탈퇴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될 경우, 약 10만 명에 달하는 교단 내 최대 교인 수를 보유한 대형교회를 교단이 몽둥이를 들고 내쫒는 격이나 마찬가지여서 최근 교회연합사업 등에서 잇단 악수로 비판을 받아온 통합측으로서는 교단 분열에 버금가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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