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성택 목사

필자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평범한 필부이기에 아무런 저항없이 3년간 군생활을 마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육군 병장 출신이다. 그런데 병역문제를 정치인들이 매우 예민한 문제로 여기는 것을 보면, 이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닌가 보다. 최악의 경우 생명을 담보해야 하고 항상 안전사고의 위험에, 미숙하면서도 거친 남자아이들이 전국에서 모인 까닭에 외아들을 보내고 걱정하는 부모의 심정이야 더 말해서 무엇 하겠는가? 그래서 병역문제는 무엇보다도 휘발성이 강하다.

그런데 아시안 게임 금메달리스트들이 모두 병역면제를 받자 특혜시비가 일고, 급기야 병무청장의 전면 재검토 발언이 나왔다. 건강한 모든 남성의 국민적 의무이기에 군대는 싫든 좋든 모두 가야 공평하다는 여론은 말은 맞지만 너무 실익이 없다는 측면에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아무런 능력도 자질도 없이 군대가지 않으려고 특혜제도를 악용하는 것은 단호하게 척결해야 하겠지만, 정말 중요한 시기에 국가적으로 큰 보탬이 되고 경제적으로도 큰 이익을 예상할 수 있는 현실 앞에서 입대를 주저하는 것을 일방적으로 비애국적이거나 비양심적 이기주의로 몰아서는 곤란하다.

지금도 해결되지 않았지만 기부금 입학제에 관한 논쟁이 한창이었을 때다. 필자는 찬성했다. 정원 외로 한명을 기부입학시키면 그 덕에 가난한 학생 수백명이 무료로 공부할 수 있다. 즉 숨어 밀거래가 아니라 공개적인 한명의 특혜로 인해 수백명의 학생들과 그 부모들의 짐을 들어준다면 이를 굳이 명분으로 반대할 만한가? 남들은 죽도록 공부해서 어렵게 가는 대학을 부모 잘 만나서 돈으로 들어가 부와 학벌을 대물림하는 것을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는 반대자들의 논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동의한다. 그러나 선진국에서 이 제도는 이미 정착되어 있고 대학발전과 무특정 다수의 어려운 학생들의 성공과 사회진출에 막대한 기여를 하고 있음을 보고 있다.

또 다른 문제이지만 이중국적 문제였다. 이것에 찬반논쟁이 있겠지만, 그가 국적 소유국의 실정법에 문제만 없다면 글로벌 시대의 이중국적은 경쟁력이다. 이것은 필자의 말이 아니고 돌아가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씀이다. 필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물론 이중국적을 가진 자들의 몰염치하고 상식 이하의 언행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를 가능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통해 제어할 수 있다고 보고, 세계적 활동이 가능한 사람의 이중국적은 거시적 차원에서 허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변화무쌍한 시대에 한반도에서 우리 끼리 아옹다옹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좁다.

모병제 이야기까지 나오는 이 시대에 병역면제가 무조건 국민의 정서에 반하고 불평등한 것이라고 매도하는 것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자.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국익을 도모하고 국위를 선양하며 민족적 자긍심을 세계적으로 드높이는 이에게 더욱더 지속적으로 그 일을 감당해달라는 국민적 명령이 군복무 명령보다 못할까? 대중음악 뮤지션들에게 세계 대중음악 시장을 석권하며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세계 젊은이들의 정신을 사로잡으라면 국민적 명령이 군복무 명령보다 못할까? 세계 석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학자들에게 세계의 미래 환경을 만들어나가며 우리의 미래산업과 먹거리를 책임지라는 국민적 명령이 국복무 명령보다 못할까?

군도 병력수에 의존하는 2차대전적 페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일일생활권으로 묶인 세계에서 열강에 맞설 수 있는 막강한 해공군력, 그리고 첨단정밀무기를 갖춘 육군이 필요하다. 그리고 입대자들에게도 더 이상 군대가 ‘썩는 기간’이 아닌 마치 대학처럼 새로운 민주시민의 재교육장이 되어야 한다. 당연히 안전한 내무생활을 기초로 불필요한 복무환경은 개선되어야 하고, 수준낮은 구식군대의 구태를 버리고, 산뜻하면서도 강력한 군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국민들의 인식전환과 적극적인 호응이 있어야 한다. 비록 시간이 걸리겠지만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충분히 부요하게 할 젊은 인재들에게 특혜를 준다고 생각하지 말고 군대가는 젊은이들보다 더 막중하고 엄중한 과제를 국민적 명령으로 준다고 생각하면 이 문제는 더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세계의 젊은이들 중에 우수한 인재들이 밤잠을 설쳐가며 자기 나라의 미래를 위해 뛰고 있다. 그 중심으로 우리의 젊은이들을 보내 평생을 복무하게 하자!

그리스도대학교 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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