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합동, 통합 등 장로교 주요 교단 총회가 개막되었다. 그런데 올해 장로교 총회는 명성교회 세습 문제가 마치 거대한 쓰나미처럼 한국교회를 집어삼키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대형교회인 명성교회의 세습 문제는 분명 예사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한국교회 전체가 이 문제 하나 때문에 한꺼번에 블랙홀에 쓸려 들어가는 것도 매우 위험하다.

명성교회의 목회 세습 문제는 교계 뿐 아니라 일반 언론에서까지 나서 싸잡아 한국교회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마당에 그냥 대충 덮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교계가 온통 명성교회 하나에 매달려 있는 듯한 모습은 더 큰 문제로 비쳐진다.

많은 사람들이 명성교회 세습 때문에 한국교회가 망하게 되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데 말에 어폐가 느껴진다. 쏟아내는 원망 섞인 넋두리라면 모를까 그런 논리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한국교회가 명성교회 때문에 위기가 아니라 위기이기 때문에 명성교회 같은 문제도 발생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즉 명성교회 문제가 아무리 중대하다고 하나 한국교회를 위기에 몰아넣은 주범이 명성교회만은 아니라는 말이다.

명성교회 이전에 이미 많은 대형교회들이 세습을 완료했다. 그 교회들이 비록 규모면에서는 명성교회만 못하다 하더라도 주요 교단 총회장을 지내고, 연합기관 대표까지 역임한 중대형 교회 목사라는 점에서 볼 때 명성교회만 못하지 않다. 그런데 이들 세습을 완료한 교회들은 지나칠 정도로 별 탈 없이 교회가 잘 돌아가고 있다. 오히려 아들에게 세습하지 않고 후임자에게 물려준 중대형 교회들 중에 상당수가 교회분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과 대비가 될 정도이다.

물론 세습을 단행한 교회가 외견상 잘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세습을 해도 된다는 논리로 확대 해석되어서는 곤란하다. 목회 세습의 핵심이 부의 세습에 맞춰져 있다면 그 교회는 이미 성령이 떠난 빈껍데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명성교회 세습에 대한 판단은 예장 통합 총회의 몫이다. 교단 총회를 앞두고 수 천 명의 목사들이 모여 교단 헌법 수호를 위한 목회자대회를 열었다. 여기서 터져 나온 세습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총회 총대들이 신중하고 현명하게 결정하는 일만 남았다. 세습금지법을 만든 것도, 세습금지법이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결의한 것도, 세습을 단행한 것도 다 예장통합이다. 이것 때문에 통합 총회가 망하게 될지언정 한국교회가 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교회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것은 세습이 다가 아니다. 한기연은 9월 장로교 총회를 앞두고 정부가 발표한 제3차 인권 기본법, 즉 NAP와 차별금지법, 그리고 종교적 병역 거부에 따른 대체복무제 등에 대해 교단적인 결의를 모아달라는 내용의 긴급호소문을 발표했다. 이 문제가 한국교회의 미래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교단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일종의 경고장의 의미가 있다.

이미 NCCK를 제외한 전체 연합기관들이 NAP에 대한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고, 순교적 각오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교계는 NAP가 동성애, 동성혼 합법화의 전단계로 판단하고 이것을 막아내지 못하면 한국교회는 동성애 때문에 문을 닫아야 할 거라며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한국교회의 위기는 위기를 위기로 여기지 않는데 있다. 우물에 비친 모습이 제 얼굴인지도 모르고 무조건 돌을 던지는 짓을 계속하는 것은 누워서 침뱉는 것이나 다름없는 매우 어리석은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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