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의 총회 앞에 언제부턴가 꼭 성(聖)자가 따라 붙는다. 세상과 구별된 거룩한 총회라는 뜻이다. 그러나 과연 어느 교단이 세상과 구별된 거룩함으로 총회를 개최하고 있는지 찾아보기 어렵다. 세상 사람들 눈에 기독교의 성이 성(화)내는 성으로 비쳐지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다.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전북 익산 일리신광교회에서 개회된 예장통합 총회는 총회 개회 전부터 함성과 고성이 오갔다.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사람들과 지지하는 사람들이 일찌감치 현수막을 걸고 피켓 시위로 장외대결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리신광교회는 대로 사이에 초등학교와 중학교, 익산교육지원청을 끼고 있다. 또한 교회 인근에 아파트단지와 성당도 자리하고 있다. 어린 학생들이 등하교 길에 지나다니는 조용하던 이곳이 졸지에 핸드마이크 소음과 각종 피켓에 뒤덮이고 경찰들까지 출동하는 시위현장으로 뒤바뀌게 된 것을 지역주민들은 어떤 눈으로 바라봤을까.

총회가 열린 회의장 안의 광경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명성교회 세습 문제로 개회 초반부터 찬반 양 진영의 마이크 기싸움이 벌어지자 총회장은 “지금 회의장 안에 KBS, MBC, JTBC 등 일반 방송사들이 취재하고 있다”며 발언의 수위 조절을 여러 차례 당부했다.

예장통합의 경우, 거의 서울에서 총회를 개최해왔다. 1500명의 총대와 참관인 등 2000여 명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예배당과 지방에서 상경한 총대들이 숙박할 시설, 주차시설 등을 고려할 때 서울과 수도권의 몇 교회 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소망교회 등 서울의 대형교회들마저 총회 장소로 교회를 빌려주기를 꺼리는 분위기다. 자기 교회에서 총회가 개회되는 것을 영광으로 여기던 개교회들이 총회 개회기간과 폐회 후에 지역사회로부터 받게 되는 원성과 후유증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알고부터는 점차 기피하는 분위기다.

어디 예장통합 뿐인가. 예장합동은 대구성명교회에서 열린 제97회 총회시 벌어진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인해 아직도 오명을 씻지 못하고 있다. 당시 총회 개회 첫날 회의도중 교단 총무인 황모 목사가 가스총을 빼들고 총대들을 위협하는 서부활극 같은 장면을 연출해 한동안 합동=가스총 이라는 조롱거리에 시달렸다. 이런 교단의 직전총회장이 지난 11일 총회석상에서 “싸우는 귀신이 합동에서 통합으로 옮겨갔다”는 부적절한 발언을 해 또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진보 성향의 기장 총회는 서울이 아닌 제주도의 한 리조트에서 총회를 개회했다. 제주 선교 110주년과 4.3 7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먼 제주도까지 간 것은 좋았는데 때 아닌 성(性)총회라는 악재에 발목이 잡혔다. 기장총회 소속의 박모 목사가 해당 노회의 감싸기에도 불구하고 성폭력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형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자 교단 내에서 성폭력 근절을 위한 제도와 법을 즉각 마련하라는 목소리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지난 9월 10일은 1938년 9월 10일 평양 서문밖교회에서 열린 조선예수교장로회 제27회 총회에서 신사참배를 결의한지 꼭 80년이 되는 날이었다. 한국교회 교인들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의 역사로 기록된 그날, 제103회 총회를 일제히 개회한 장로교단들이 스스로를 거룩하다고 칭하는 것을 뭐라 설명할 수 있을까. 더구나 8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과거와 별반 달라지지 않은 추태를 반복하고 있는 교단들에게 간곡히 당부드린다. 총회 앞에 성(聖)을 갖다 붙이는 낯 뜨거운 짓은 이제 제발 그만 좀 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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