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위한 기도

늘 푸른 소나무처럼 한결같은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사고 기도합니다

숲속의 호수처럼 고요한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사고 기도합니다

하늘을 담은 바다처럼 넓은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사고 기도합니다

밤새 내린 첫눈처럼 순결한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사고 기도합니다

사랑의 심지를 깊이 묻어둔 등불처럼
따뜻한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사고 기도합니다

가을 들녘의 볏단처럼 익을수록 고개 숙이는
겸손한 마음을 주십사고 기도합니다

살아있는 동안은 나이에 상관없이 능금처럼
풋풋하고 설레는 마음을 주십사고 기도합니다

▲ 문 현 미 시인
누구나 창조주 하나님으로부터 달란트를 받고 살아간다. 어떤 사람은 그 달란트가 무엇인지 모른 채 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일부분만 사용하기도 하고 혹은 온전히 발휘하기도 한다. 이해인 시인은 후자에 해당하는 대표적 사례이다. 이시인 스스로 “시는 하나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소망의 언어”라고 고백한다. 그런 세계관으로 시를 쓰기 때문에 그의 시는 하나님께 바치는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의 삶이 항상 기도하고 찬양하며 섬기는 생활이다. 그래서 이런 삶의 모습이 시 속에 고스란히 배어난다. 삶이 시이고 시가 삶이기에 시와 삶이 불가분의 관계에 놓인다.

시의 제목이「마음을 위한 기도」이다. 그 마음이란 무엇인가. 바로 기도하는 마음이고 진실한 마음이다. 그런 간절한 마음에서 샘 솟듯이 시가 흘러나온다. 이 시는 비유법 중 하나인 직유를 미학적 장치로 사용하고 있다. ‘∼처럼’이 각연마다 계속 나타나고 연의 말미에 ‘∼주십사고 기도합니다’도 반복되고 있다. 무척 단순한 구조를 지닌 기도시이다. 그런데도 시를 읽어 내려가면 잔잔한 울림이 심연에 남게 된다.

무엇이 그토록 마음의 거문고를 울리게 하는 걸까. 시인이 맑고 깨끗한 영혼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그렇다. 어떻게 하면 그런 영혼을 지닐 수 있을까. 그것은 기도 생활을 통하여 가능하다. 기도를 하면 할수록 욕망에 사로잡힌 수많은 ‘나’가 사라지고 생명의 빛이신 그분께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세상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는 우리는 육의 존재로서 늘 결핍을 느끼고 산다. 결핍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기도 생활을 하고 그로 인해 영원하신 그분께로 회귀하게 된다.

진정성에서 비롯된 글이나 말은 다소 어눌하거나 미흡하더라도 그 솔직함과 투명함이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이해인 시인은 시에서 ‘한결같은 마음’, ‘고요한 마음’, ‘넓은 마음’, ‘순결한 마음’, ‘따뜻한 마음’, ‘겸손한 마음’, ‘설레는 마음’을 간구하고 있다. 그런 마음을 지니기쉽지 않기 때문에 기도를 하게 되고 기도를 통하여 충만한 존재로 나아간다. 시인이 간구하는 마음에 대한 여러 직유가 매우 적절하다. 그래서 독자들의 마음밭에 ‘푸른 소나무’나 ‘숲속 호수’나 ‘가을 들녘의 볏단’ 이미지가 바로 심어진다. 시가 참 편안하고 따뜻하기에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다. 어떤 수식도 섞이지 않은 순수성과 단순성의 미학으로 인하여 대중성을 획득하는 것을 목도하게 된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기도하는 시인을 이 가을에 만나는 축복에 감사한다. 시에서처럼 나도 그렇게 살기를 간구하며...

백석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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