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승 자 목사

조선시대 왕들이 대대로 기거한 경복궁은 조선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 하나로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그 궁궐 안에 주춧돌도 쓰지 않은 허름한 집 한 채가 있다. 이 집은 오고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이 집의 지붕은 짚으로 엮은 것도 아니다. 억새풀을 엮어 얹어 놓았다. 방바닥에는 아무것도 깔지 않았다. 누가 보아도 평민들이 지내는 초가집보다 더 초라한 집이었다. 한때 초근모피를 피해 한양에 무작정 올라와 궁궐에 비만 피할 집을 짓고 생활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허름한 집은 조선 4대 왕인 세종대왕이 기거했던 집이라는데 모든 사람은 놀란다. 세종 재위 5년에 강원도에서 '대기근'이 발생했다. 백성들은 먹을 것이 없어 흙을 파먹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세종대왕은 백성들을 구휼하는 동안 국무를 보며, 기거했던 집이 바로 이 초가집이었다. 세종은 즉위 10년간 가뭄이 들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세종은 백성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고, 동시에 그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자 이 집을 만들었다.

이 대목에서 가난하고, 소외되고, 장애인, 떠돌이 등과 생활하며, 이들에게 하나님나라를 선포하고, 새로운 세상, 새로운 나라운동을 벌인 예수님이 생각난다. 그렇다 예수님의 삶의 현장은 바로 이들이 있는 곳이었으며, 이들은 예수님이 좋아서 무조건 따라 다녔다. 그리고 “하나님나라는 저들의 것이다”고 선포하셨다. 세종대왕의 백성들을 사랑하는 마음, 가뭄으로 인해 고통당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해 이 초가집을 지었다고 하니, 얼마나 백성을 사랑했는가를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세종은 이 허름한 초가집에 꽤 오랜 기간 동안 거처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혹시라도 신하들이 초가집 방바닥에 지푸라기라도 깔아두면 크게 노하시며, 거친 흙바닥에서 주무시는 생활을 몇 년이나 하셨다고 한다. 세종대왕의 그 행동과 마음은 세상을 빛낸 '진정한 성군'이었다. 세종대왕은 역시 달랐다. 항상 언제나 자신의 몸을 낮추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하였기에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누구보다 존경받는 군왕으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 역시 마찬가지이다. 하나님은 우리를 긍휼히 여기고 사랑하시어 독생자 예수님을 우리에게 보내셨다. 예수님은 우리의 모든 죄를 짊어지시고, 예루살렘의 권력과 로마의 군인들에 의해 십지가에서 참담하게 죽임을 당하셨다. 예수님은 공생애기간동안 이웃과 나누면서 사셨다. 가난하고 소외되고, 장애인, 떠돌이들과 함께 고통을 당하시고, 자신이 가진 것 모두를 나누셨다. 생명까지도 나누신 것이다.

그리고 부활해 인류에게 새로운 나라와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을 주셨다. 이것이 바로 부활사건이다. 그리고 세상 끝날까지 세계 민족에게 하나님나라에 대한 소망과 희망을 주고 있다. 우리가 오늘도 예수님을 사모하며, 세상 속에서 하나님이 통치하는 세상을 위해 기도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외친다. 주님!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우리들의 마음속에 세종대왕이 성군으로 남는 있는 이유도 가난한 백성을 생각하며, 국사를 펼쳤기 때문이다.

“내가 꿈꾸는 태평성대란 백성이 하려고 하는 일을 원만하게 하는 세상이다.”

햇빛중앙교회•본지 후원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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