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마련 시화전, 인사동, 홍성, 인천, 부평 등 연이어 개최

우리가/이 세상 꽃이 되어도//잘난 꽃 되지 말고/못난 꽃 되자//함부로/남의 밥줄/끊어 놓지 않는//이 세상의/가장 못난 꽃 되자(정세훈 시 ‘우리가 이 세상 꽃이 되어도’전문)

정세훈 시인이 시력 30년 기념 시화집 <우리가 이 세상 꽃이 되어도>를 출간하고 서울 인사동, 홍성 인천, 부평 등 순회 시화전을 연이어 열고 있어 관심을 끈다. 노동자 민중의 어둡고 힘들고 낮고 핍진한 삶을 아프게 담은 시화전은 기부를 위한 기금마련 시화전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는다. 시인은 이번 시화전의 의미를 설명했다.

▲ 정 세 훈 시인
정 시인은 “촛불집회 와중에서 한국민예총 이사장 대행을 맡아 일했다. 그 과정에서 박근혜 정권하에서 다년간 희생한 민예총 실무관계자의 열악한 삶을 알게 되었다. 감히 돕는다는 말조차 함부로 할 수 없다. 그저 그 희생의 삶에 보답하고자 지난 3월부터 기금마련 시화전을 준비해 왔다”며 “마침 올해가 내 시력 30주년이 되었기에 의미가 있다 여기고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세훈 시인은 시화전을 위해 그동안 발표한 8권의 시집 시편 중에서 시화에 어울릴만한 시 53편을 골랐다. 그 53편을 화가, 서예가, 판화가, 전각가, 사진작가 등 52명의 저명한 시각 예술가들이 56점의 재능기부 시화작업을 진행했다.

시화전은 지난 4일부터 17일까지 인사동 고은갤러리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이어 고향인 충남 홍성군 홍주문화회관에서 20일부터 26일까지 개최한다. 또한 11월2일부터 2주간 인천의 문화공간 ‘해시’에서 전시회를 열며, 부평역사박물관에서 11월19일부터 내년 2월말까지는 노동(자)와 공장, 공단마을에 관련된 시화만을 전시하는 시화전을 갖는다.

이번 책에 참여한 작가로는 강지현 고창수 권홍 권장윤 권혁소 김기호 김사빈 김정렬 김종찬 류연복 류우종 박영환 배인석 서홍관 손권일 양상용 염성순 윤경숙 이하 이경희 이동수 이두희 이성근 이성완 이양구 이외수 이윤엽 이인철 이재교 이재정 이진우 임창웅 장세현 전기중 전기학 정미숙 전선용 정운자 정채열 조영옥 조풍류 최    정 최수환 최윤경 최진봉 허강일 허달용 허용철 허정균 현용안 홍순창 황재종 등이다.

한편 정세훈 시인은 지난 2016년 10월 22일 광화문광장에서 가진 박근혜정권의 문화예술인블랙리스트진상규명 및 퇴진 기자회견에 한국민예총 수도권이사장의 직함으로 참석한 이후, 진행된 촛불집회 와중에서 한국민예총 이사장 대행을 맡아 올해 2월까지 수행했다.

중학교를 졸업하던 해 객지로 나와 20여년 동안 영세공장에서 주야간 노동자로 노동하다가 진폐증에 걸렸다. 29살 때부터 전조증상으로 병치레하다가 45세 되어서야 진폐증이란 걸 알았다. 52세 되던 2006년 가망성이 없다는 수술을 앞두고 <나는 죽어 저 하늘에 뿌려지지 말아라>라는 시집을 내놓고, 수술을 받아 기적처럼 살아났다.

이를 두고 정 시인은 “재생되었다”고 말했다. 재생된 후 투병생활 전부터 해온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 복직투쟁 현장 등 어둡고, 힘들고, 낮은 곳을 찾아가 연대하고 있다. 재생된 후 낸 두 권의 시집 출판기념 행사에서 모은 기금을 콜트콜택 투쟁현장과 노동자의 집 건립기금으로 기부했다.

정 시인은 1989년 ‘노동해방문학’, 1990년 ‘창작과 비평’으로 문단에 나왔으며, 시집 <손 하나로 아름다운 당신>, <맑은 하늘을 보면>, <저별을 버리지 말아야지>, <끝내 술잔을 비우지 못하였습니다>, <그 옛날 별들이 생각났다>, <나는 죽어 저 하늘에 뿌려지지 말아라>, <부평 4공단 여공>, <몸의 중심> 등과 장편동화집 <세상 밖으로 나온 꼬마송사리 큰눈이>, 포엠에세이집 <소나기를 머금은 풀꽃향기> 등을 간행했다.

그는 인천작가회의 회장, 고 박영근시인시비건립위원회 위원장, 리얼리스트100 상임위원, 한국작가회의 이사, 제주4.3제70주년범국민위원회 공동대표, 한국민예총 이사장 대행, 소년희망센터건립추진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인천민주화운동기념관 건립공동준비위원장, 박영근시인기념사업회 운영위원, 위기청소년의좋은친구어게인 이사, 소년희망센타 운영위원 인천민예총 이사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