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성교회 사태를 다룰 예정이었던 서울동남노회 제75회 정기노회가 또다시 파행됐다.

명성교회 사태로 세간의 관심을 모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 서울동남노회가 거듭된 파행을 타개하지 못하고, 자칫 ‘노회 분립’이라는 파국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지난 30일 오전 9시부터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서울동남노회 제75회 정기노회는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명성교회 지지측과 반대측으로 양분된 회의장은 예상대로 시작부터 소란스러웠다.

한국교회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지대한 조명을 받고 있는 명성교회 세습 문제이기에 각종 언론매체들의 취재 열기가 뜨거웠지만, 현장 접근은 쉽지 않았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인 언론사 기자들은 매몰차게 회의장 밖으로 내쫓기기 일쑤였다. 언성이 높아지고 밀침이 계속돼 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취재진을 모두 밖으로 내보낸 뒤 회의장 문은 굳게 닫혔고, 마치 흠석위원이라도 되는 마냥 위풍당당한 몇몇에 의해 철저하게 출입이 통제됐다.

회의장 밖에서도 취재진을 향한 조롱 섞인 언성은 계속됐고, 명성교회 지지측과 반대측의 산발적인 언쟁과 몸싸움도 이어졌다. 급기야 경찰까지 출동하는 등 청소년들도 오고가는 공개된 장소에서 한국교회의 추태 아닌 추태는 멈추질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비공개로 진행된 제75회 정기노회는 명성교회 세습에 제동을 건 것이나 마찬가지인 지난 9월 통합 제103회 총회의 결의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귀추가 주목됐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말처럼 아무런 성과도 일궈내지 못했다. 시작부터 고성과 다툼이 난무할 정도로 시끄러웠던 상황이 무색하게도 이날 정기노회는 개회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산회됐다.

▲ 취재진과 노회원들이 뒤섞여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서울동남노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이날 사회를 맡은 전 노회장 고대근 목사의 자격을 문제 삼았고, 고 목사는 급기야 산회를 선언하고 회의장을 벗어났다. 현장의 다른 노회원들도 대거 이탈해 더 이상 노회 진행은 어려웠고, “일방적인 산회”라며 받아들일 수 없었던 비대위측은 제103회 총회결의를 따르는 노회원들과 계속 회의를 이어갈 것을 종용했다.

결국 이들은 전 노회장인 엄대용 목사를 임시 사회자로 세워 현장에서 선대위를 구성해 김수원 목사를 노회장으로 추대했고, 부노회장에 김동흠 목사와 어기식 장로를 각각 세우는 등 노회 정상화를 거듭 촉구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명성교회 지지측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미 산회를 선언해 회무가 끝난 상태에서 비대위가 소수를 중심으로 선거를 진행했기에 무효라는 입장으로 맞섰다. 회의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양측의 입장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조심스레 노회분립의 의견이 양측 모두에게서 터져 나오기도 했다.

비대위와 임원회, 명성교회가 협의해 좋은 길을 찾겠다고 하면서도 의견일치를 보지 못할 경우 갈라서는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힌 장로가 있는가 하면, 총회법을 따르는 이들과 따르지 않는 이들이 따로 갈 수밖에 없음을 내비친 목회자도 있었다. 물론 분립 권한이 있는 총회가 통과를 시켜줄 지는 미지수지만, 명성교회 사태로 파행을 겪고 있는 서울동남노회는 어찌 됐든 노회 분립이라는 최악의 수까지도 따져야 하는 형편에 처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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