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0일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행위가 병역법 88조 1항에 규정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므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몇몇은 “한국교회도 이제는 분단체제 해체기에 안보보다는 종교의 자유와 인권의 시각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월간 <기독교사상 12월>에서는 ‘특집- 한국교회의 인권 이해’를 마련, 교회가 왜 병역거부 문제를 인권으로 생각하지 않았는지 또는 평화운동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없었는지에 대해 다뤘다.

이번 특집에는 창원대 사회학과 이정은 부교수를 비롯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손승호 간사, 감리교신학대학교 유연희 외래교수 등이 ∆한국 사회에서 인권의 제도화와 그 의미 ∆한국교회의 인권 이해: 최근 차별금지법 노란에 이르기까지 ∆퀴어신학: 퀴어스레 신학하기 등의 제목으로 참여했다.

먼저 이정은 부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인권조례나 인권기본계획의 수립은 일정정도 성과를 내고 있지만 이를 이행하기 위한 인권담당관이나 인권센터 등의 설립에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며 “구체적으로 인권의 제도화 과정에는 계획을 수립하는 전문가와 제도를 이행하는 행정기관의 비대칭성, 관료주의적 행정체계와 인권행정의 불균형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 부교수는 “인권의 원칙은 상명하복의 관료제, 효율성과 경제성을 추구하는 행정절차와는 사실상 조화를 이루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며 “또한 인권행정의 실행이 단체장의 이지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행정가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인권의 원칙을 견지하기보다는 관료주의적 중립성으로 인해 인권에 대한 외부세력의 도전에 쉽게 흔들리기도 한다”면서 “따라서 인권행정의 이행을 위한 제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 인권의 안정적인 제도화 과정은 인권보장이 기본적인 틀을 마련하는 것으로서 지속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우리는 현재 인권보장의 대상을 어떻게 정의하고 나누고 있는지, 또한 그 부분의 목적은 무엇이진에 보다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피력했다.

이어 손승호 간사는 “올해로 70주년을 맞이한 제주4•3사건이나 여순사건, 국민보도연맹의 학살사건 등에서 발견되는 한국 기독교인의 태도는 기독교 신앙이 얼마나 반인권적인 행위를 정당화하는 기제로 오용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좋은 사례”라며 “성서는 그다지 인권치적화적인 경전이 아니다. 특히 문자주의적으로 본문을 해석할 경우 성서는 심각한 반인권적 텍스트가 되어버린다”고 꼬집었다.

또한 손 간사는 보수 교회가 ‘차별금지법이 재정되면 신앙과 양심에 따른 동성애에 대한 정당한 비판이 법적 처벌 대상이 되어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지적했다.

손 간사는 “보수 교회가 현재까지 해온 비판은 상당부분 혐오발언이다. ‘기독교 교리와 성서에 따르면 동성애는 죄’라는 수준을 넘어 원색적인 비난이 정당한 비판의 범주에 속할 수 있는 것이라는 믿는 것 같다. 가짜뉴스 등을 동원하여 이런 혐오를 무분별하게 확산시키고 있다”며 “선을 넘은 행위를 너무 오래 지속하다 보니 이것이 정당한 행위라고 착각하는 것 같은데 이제 그만 정신 차릴 때”라고 못 박았다.

손 간사는 “혐오는 민주주의 파괴한다. 우리 사회의 기본 질서와 시대정신이 민주주의 기반한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당장 ‘정당한 비판’으로 포장된 혐오를 멈추어야 한다”며 “보수교회가 성소수자 혐오와 관련하여 주장하는 종교의 자유는 절대로 인권이 될 수 없다. 세계이권선언의 마지막 조항을 기억하자”고 역설했다.

끝으로 손 간사는 “성서는 우리에게 남에게 대접을 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하라고 가르친다”며 “남을 공격하기 위한 도구가 아닌 나를 돌아보기 위한 가르침으로 가끔 성서를 대한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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