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예쁜 발
우예 그리 똑같노.
하모, 닮았다 소리 많이 듣제.
바깥 추운데 옛날 생각나나.
여즉 새각시 같네 그랴.
기억 왔다 갔다 할 때마다
아들 오빠 아저씨 되어
말벗 해드리다가 콧등 뜨거워지는 오후
링거 줄로 뜨개질을 하겠다고
떼쓰던 어머니, 누우신 뒤 처음으로
편안히 주무시네.
정신 맑던 시절
한 번도 제대로 뻗어보지 못한 두 다리
가지런하게 펴고 무슨 꿈 꾸시는지
담요 위에 얌전하게 놓인 두 발
옛집 마당 분꽃보다 더
희고 곱네, 병실이 환해지네.
이 시는 시인이 어머니와의 각별한 체험을 바탕으로 완성한 작품이다. 시의 초반 1, 2연은 투박한 사투리로 구성되어 있다. 누가 한 말인지 다음 연을 읽으면 알 수 있다. 평소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을 시에 옮긴 것이다. 시적 화자인 아들은 어머니를 간호하면서 ‘아들 오빠 아저씨 되어/말벗 해드리는’ 역할을 한다. 아들이 그렇게 어머니를 간호하다 보니 ‘콧등 뜨거워지는’ 감정을 느낀 것이다. 치매 환자를 돌보기가 무척 힘들다는 건 익히 알려져 있다. 이어지는 다음 행 ‘링거 줄로 뜨개질을 하겠다고/떼쓰던 어머니’를 보면 분명해진다. 한참 떼를 쓰시던 어머니께서 잠이 드신 후, 아들은 치매 걸리시기 전의 어머니를 떠 올린다. 시적 화자의 어머니께서 얼마나 치열하게 생을 사셨는지 ‘한 번도 제대로 뻗어보지 못한 두 다리’라는 표현에서 짐작한다.
편안히 주무시는 어머니의 발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이 참 따뜻하다. 세월의 모진 풍상이 서린 주름진 발이 틀림 없을텐데 그는 ‘옛집 마당 분꽃보다 더/희고 곱’다고 한다. 그래서 ‘병실이 환해지’는 걸 느끼니 효심이 지극한 아들이다. 시 전반에 흐르는 삶에 대한 긍정적 인식으로 인해 독자는 잊고 있던 가족의 소중함, 특히 모자지간의 정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아늑하고 포근한 시어들을 미학적으로 잘 배치한 시가 닫힌 마음을 열어 주고 끊어진 것을 이어준다. 절실한 경험을 바탕으로 빚어낸 좋은 시 한 편이 어머니에 대한 기억의 무늬들을 아름답게 채색하게 한다. 삶에 대한 시인의 깊은 성찰로 인해 사람다운 향기가 무엇인지 되새겨 보는 겨울의 문턱이다.
백석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