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예쁜 발

우예 그리 똑같노.

하모, 닮았다 소리 많이 듣제.
바깥 추운데 옛날 생각나나.
여즉 새각시 같네 그랴.

기억 왔다 갔다 할 때마다
아들 오빠 아저씨 되어
말벗 해드리다가 콧등 뜨거워지는 오후
링거 줄로 뜨개질을 하겠다고
떼쓰던 어머니, 누우신 뒤 처음으로
편안히 주무시네.

정신 맑던 시절
한 번도 제대로 뻗어보지 못한 두 다리
가지런하게 펴고 무슨 꿈 꾸시는지
담요 위에 얌전하게 놓인 두 발
옛집 마당 분꽃보다 더
희고 곱네, 병실이 환해지네.

▲ 문 현 미 시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이 무엇일까? 영어 단어 설문조사 결과 1위가 어머니, 2위가 열정, 3위가 미소, 4위가 사랑이라고 한다. 아기는 열달간 어머니 뱃속에 머무르면서 어머니와 밀착된 상태에서 사랑을 느끼고 말을 배우기 시작한다. 태어나서는 어머니 품에서 줄곧 그런 체험을 하게 된다. 그만큼 어머니는 우리 모두에게 절대적 존재이고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삶에 대한 근원적 힘이 된다. 설령 얽히고 설킨 애증을 품고 있을지라도.

이 시는 시인이 어머니와의 각별한 체험을 바탕으로 완성한 작품이다. 시의 초반 1, 2연은 투박한 사투리로 구성되어 있다. 누가 한 말인지 다음 연을 읽으면 알 수 있다. 평소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을 시에 옮긴 것이다. 시적 화자인 아들은 어머니를 간호하면서 ‘아들 오빠 아저씨 되어/말벗 해드리는’ 역할을 한다. 아들이 그렇게 어머니를 간호하다 보니 ‘콧등 뜨거워지는’ 감정을 느낀 것이다. 치매 환자를 돌보기가 무척 힘들다는 건 익히 알려져 있다. 이어지는 다음 행 ‘링거 줄로 뜨개질을 하겠다고/떼쓰던 어머니’를 보면 분명해진다. 한참 떼를 쓰시던 어머니께서 잠이 드신 후, 아들은 치매 걸리시기 전의 어머니를 떠 올린다. 시적 화자의 어머니께서 얼마나 치열하게 생을 사셨는지 ‘한 번도 제대로 뻗어보지 못한 두 다리’라는 표현에서 짐작한다.

편안히 주무시는 어머니의 발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이 참 따뜻하다. 세월의 모진 풍상이 서린 주름진 발이 틀림 없을텐데 그는 ‘옛집 마당 분꽃보다 더/희고 곱’다고 한다. 그래서 ‘병실이 환해지’는 걸 느끼니 효심이 지극한 아들이다. 시 전반에 흐르는 삶에 대한 긍정적 인식으로 인해 독자는 잊고 있던 가족의 소중함, 특히 모자지간의 정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아늑하고 포근한 시어들을 미학적으로 잘 배치한 시가 닫힌 마음을 열어 주고 끊어진 것을 이어준다. 절실한 경험을 바탕으로 빚어낸 좋은 시 한 편이 어머니에 대한 기억의 무늬들을 아름답게 채색하게 한다. 삶에 대한 시인의 깊은 성찰로 인해 사람다운 향기가 무엇인지 되새겨 보는 겨울의 문턱이다.

백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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