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평화마당이 평화 신학과 발선(發善)을 주제로 연 신학 심포지엄에서 한완상 교수는 한반도에 하나님의 평화가 강물처럼 흐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화와 화해를 향한 기독교의 성서적, 신학적 담론들은 무엇일까.

전 통일부총리이자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위원장인 한완상 교수는 최근 한반도의 변화 상황을 하나님이 주관하시는 카이로스의 상황이라고 전제하고, “한국 신학자들이 성서에 관류하고 관통하는 평화담론을 적극 모색하고, 올곧게 해석해서 조국 땅에 평화신학과 평화신앙의 흐름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생명과 평화를 일구는 작은교회운동에 힘쓰는 생명평화마당(공동대표 한경호 목사, 방인성 목사, 조헌정 목사)이 지난 27일 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평화 신학과 발선(發善)’을 주제로 연 신학 심포지엄에서 한 교수는 이 같이 밝히고, 한반도에 하나님의 평화가 강물처럼 흐르게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 교수는 “지난 70년간 남북 간 대결 속에서 남과 북은 서로 상대방을 악마화 해왔는데, 지난 4월 27일 이후 이 같은 악마화가 부추겼던 그 미친듯한 증오의 질주는 일단 멈추고 있는 듯하다”며, “모두 당황하고 혼란스러워한다. 그러면서도 조심스럽게 이런 새로운 평화 흐름을 환영하는 듯 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한 교수는 한국교회에 깊이 뿌리내린 냉전근본주의 신앙에 푹 젖어있던 크리스천들이 몹시 혼란스러워 하고 있으며, 이런 ‘돌변’ 상황은 한국교회 지도자들과 신학자들에게 일종의 신학적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근 한반도 상황에서 펼쳐지고 있는 평화과정 또는 그 흐름을 지난 백여년 간에 우리 민족이 부당하게 겪었던 민족 트라우마의 그 아픈 역사 맥락 속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19세기 말 서구제국주의의 침략흐름이 일본제국주의자들에 접목되자, 일제는 대번에 대만을 식민지로 삼았으며, 10년 후 1905년 우리의 외교권을 박탈하고 5년 후에는 일본패권주의세력은 한반도를 강점해 그들의 식민지로 삼켰다”며, “이때 같은 해양패권국으로 일본과 미국은 결탁공조 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일제의 35년간 잔인한 식민통치는 우리 민족과 민중의 고통을 가중시켰다”고 토로했다.

또한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제국주의는 패배했음에도 그 식민지로 억울한 고통을 당한 우리 민족은 해방과 광복의 기쁨도 누리지 못했다. 거대한 두 전승국인 미국과 소련의 세계패권전략에 의해 우리 민족은 부당하게 분단되었기 때문”이라며, “그 결과 식민지 고통 36년에 더해 분단고통 72년을 겪게 됐다”고 성토했다.

이에 한 교수는 “이제 이 긴 민족고통과 민중고통을 끝장 낼 때가 된 것 같다. 최근에 우리를 당혹시키고 있는 평화흐름이 바로 이 긴 고통의 종식이 마침내 시작되고 있음을 알리는 역사호출의 신호이길 바랄 뿐”이라며, “이 호출에 부응해 우리 한국 신학자들이 평화신학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 교수는 성서가 증언해 주는 평화메시지를 창조담론과 평화, 희년담론과 평화, 성육신담론과 평화, 부활담론과 평화 등 성서적 주요담론별로 설명하기도 했다.

창조담론과 관련해선 “우리 사회와 국가 안에서도 경제적 불평등을 온존시키거나 악화시켜야만 온갖 이득을 챙길 수 있다고 믿는 정치세력이 상존하는 한 대내 평화는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얼마 전 한국을 방문했던 세계적 경제학자 피케티의 권고와 호소가 바로 그런 평화와 불평등해소의 호소였다. 신학자들이 그의 외침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희년담론에 대해선 “반평화적 정치세력이 우리의 희년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게 하고 있으며, 한국교회 일부 세력 또한 반희년 세력에 동조하고 있기에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며, “희년의 잔치는 바로 창조주와 평화의 왕이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가 친히 베푸시려는 평화와 공의의 잔치임을 주저 없이 선포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특히 부활담론과 관련 한 교수는 실증주의 시각에선 엠마오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역사 변혁의 시각에선 엠마오는 항상 일어나고 있는 사건으로 봤다.

그러면서 “그것은 평화를 끊임없이 용기 있게 만들어내는 오늘의 동력이다. 이것이 바로 선제적 사랑실천이 주는 가장 공공적이고 감동적이고 변혁적 평화 만들기 동력”이라며, “이것이야말로 오늘 한국 그리스도인들이 깨닫고 실천해야할 소중한 복음”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이은선 교수(세종대 명예교수)는 한반도의 모든 사람들이 주인의식으로 서로를 보듬고, 소통하고, 화합하면서 1919년 3.1운동과 2017년 촛불혁명의 경험을 살려서 평화와 민주, 시민들의 자발성과 주인의식으로 이루어나가야 한다고 논찬했다.

또 서보혁 교수(통일연구원 연구위원)는 지금까지 한반도 평화체제를 북핵문제 해결로 좁게 봤지만 그것은 비핵평화-평화통일-통일평화로 이어지는 통일 한반도의 미래와 관련된 문제라면서, 이런 비전을 가질 때 비핵평화에 더 적극 임할 수 있으며 관련국 정부는 물론 시민들의 이해와 참여로 평화체제의 길을 튼튼하게 닦아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희헌 목사(향린교회)는 지역교회와 연대를 확대하고 다수의 신앙공동체와 그 구성원이 함께 교감하는 평화운동을 펼치면서 분단시대를 이겨내기 위해 애써온 한국교회의 소중한 전통을 이어가 ‘발선의 복음’과 ‘복음의 발선’이 ‘판문점 프로세스’를 이끄는 빛이 되기를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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