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줄기차게 추진해온 개혁 드라이브에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국민이 이른바 적폐청산에 점점 권태를 느끼기 시작한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권력이 스스로 오만에 빠졌음을 보여주는 불미스런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불신이 팽배해진 탓이 크다.

얼마 전 불거진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일탈은 오늘 문재인 정부가 가진 권력의 자화상이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완장을 찬 홍위병들이 권력을 등에 업고 시건방진 갑질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비리를 감시하고 예방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저지른 비리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박근혜 정부의 몰락은 이른바 ‘정윤회 문건’을 만든 공직비서관실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런데 그 권력이 자멸한 그 폐허 위에 ‘촛불 민심’을 등에 업고 출발한 문재인 정부마저 특수권력이 호가호위하는 장면은 그래서 더 위험해 보인다.

불과 집권 2년차에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근본 이유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한마디로 청와대가 가진 권력이 너무 막강해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그런데 자기들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한마디로 착각이다. 국민은 그런 권력을 그들에게 위임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성공의 역설’에 빠진 권력 내부의 오만이 자칫 이전 정부 못지않은 참담한 실패를 안겨다 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권력의 오만이 어디 현 정부만의 일이겠는가. 어느 때부터인지 광풍처럼 불어닥친 교권의 오만함과 대형 교단의 서열주의가 한국교회를 갈갈이 찢고 있다. 한국교회에서 소위 장자교단이라 불리는 몇 교단이 보여주고 있는 이런 행위가 건방 수준을 넘어 오만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많다.

이들이 한국교회 보수권이 한데 연합하고 똘똘 뭉쳐도 될까 말까한 이 위기 상황에서 또다시 분열과 이합집산을 내키는 대로 감행하는 모습에서 한국교회의 낯부끄러운 자화상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은 말끝마다 스스로를 한국교회 95%라고 으스대면서 기독교 안에서의 대형주의, 서열주의를 노골적으로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항간에 들리는 소리는 이들이 최근 자신들이 결성한 단체에서 9천 교회 이상만이 대표가 될 수 있는 규정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군소교단은 물론 중형 이상의 교세를 가진 교단들마저 리더십에서 원천 배제하고 자기들이 돌아가며 대표 자리를 독식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뭐라 설명하기조차 민망할 정도다. 교계에서는 일부 교단이 주도하는 이런 교회 연합운동에 대한 몰이해와 무지가 연합운동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하는 분위기다.

이 땅에서 가장 먼저 교회연합운동을 시작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경우 예장 통합과 기감, 기장 외에 성공회, 루터교, 구세군, 복음교회 등 작은 교단들이 포진되어 있다. 그런데 NCCK의 리더십은 해마다 총회에서 회원교단이 돌아가며 맡아 그 어떤 잡음도 없다. 교세가 크다고, 분담금을 많이 낸다고 대교단이 자리를 독점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보수단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나름 탄탄한 길을 걸어오다 과열 금권선거에 휘말리며 한국교회연합으로 분리되는 심각한 분열 사태를 부른 원인도 따지고 보면 연합의 대의와 질서를 망가뜨린 대 교단의 자리 욕심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현실에서 한국교회를 상대로 대놓고 교권 서열주의를 내세워도 된다고 누가 이들 교단에게 위임했단 말인가. 연합은 대교단이 작은 교단을 존중하고 품는 데서 시작된다.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 하신 분은 예수님이지 특정 교단이 아니다. 이런 몇몇 교권주의자들의 오만이 위기의 한국교회를 아예 침몰시키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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