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문숙 권사.

어머니는 한국예수교장로회 심방 전도사이셨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름다운 십자가 사랑을 간직하고 가정, 이웃, 나라와 교회를 위하여 복음을 전하셨다. 노년이 되신 어머니는 변함없이 하나님께 받은 사랑의 은혜를 이웃과 나누시며 사신다.

나는 수요예배 가는 전철 안에서 어머니께서 톡으로 보내주신 ‘좋은 글’ 중 ‘등대 불빛’이란 글을 읽었다. ‘기도는 등대와 같다.’는 말이 떠올랐다. 등대는 폭풍으로 거친 파도와 풍랑이 이는 바다에서 삶을 살아가는 어부들에게 빛을 밝혀 방향을 알려주고 생명을 잃을 위협에서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예수님은 등대와 같다. 하나님의 독생자 예수님께서 세상을 향하여 만왕의 왕으로 오셨다. 부와 권력, 명예를 중요시하는 세상의 왕, 지도자, 군중들은 낮은 곳으로 임하신 예수님을 정치범으로 간주하였다. 예수님을 채찍으로 고문하고 머리에 가시나무로 만든 관을 씌워 사람들 앞에서 조롱하였다. 재판의 마지막 판결로 십자가에 손과 발을 못 박고 매달았다. 목숨을 완전히 끊기 위해 날카로운 창칼로 옆구리를 깊숙이 찔렀다. 예수님은 보혈의 피가 빠르게 흐르는 순간에도 세상에 모든 사람을 탓하지 않으셨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시는 하나님 뜻에 순종하고 “다 이루었다.” 하셨다.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우리 영혼에 ‘생명의 등대’가 되셨다.

어머니는 예수님이란 등대의 불빛과 같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선하신 뜻을 이 땅에 이루시기 위하여 우리에게 빛과 소금되어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셨다. 우리는 다스린다는 명목으로 다른 사람들을 향하여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삶을 반복하였다. 내 뜻대로 사는 죄악된 삶에 얽매어 점점 하나님을 기억하지 못하였다. 죽을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빛으로 생명으로’ 오신 예수님과 어머니는 동행하신다. 예수님의 아름다운 십자가 사랑을 간직하신 어머니는 믿음의 ‘등대 불빛’이 되셨다.

나는 유교사상이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가정에서 태어났다. 집안 대표께서 매년 공자 탄신일을 기념하고 제사를 드리는 성균관대학교 행사에 참석하셨다. 나는 친정아버지의 유교적 가르침을 들으며 자랐다. 중학교, 고등학교시절에 중간고사와 학기말고사 마지막 날 단체로 영화 관람할 때 ‘십계’라는 영화를 여러 번 보았다. 영화를 볼 때마다 일본에게 우리나라가 36년 동안 나라를 잃고 압제 속에서 살아온 것처럼 이스라엘도 그랬나 보다 하였다. 자기 민족을 해방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모세! 모세를 따라 이집트에서 노예생활을 청산하고 홍해바다에 이른 이스라엘 민족! 홍해바다가 갈라지는 사건은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 민족 손아귀에서 벗어난 광경을 극대화시킨 영화 장면이라고 생각하였다.

성년이 된 나는 친정엄마와 함께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영접하였다. 신앙생활 기간이 채 1년이 되지 않았을 때 교회 여전도사님의 사촌오빠 아들을 소개받았다. 그리고 1984년 4월 14일, 전도사이신 어머니와 고부가 되었다. 나는 기독교 집안에 며느리로 살면서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던 유교사상과 믿음의 갈등을 겪었다. 30대 중반에 나는 한신대학교에서 2년간 여신도 영성훈련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하나님 말씀보다 돈을 쫓아 밤낮 없이 앞만 보며 살았다. 헌신과 섬김의 사역은 어머니께서 하고 계시니 나는 뒤에 있으면 된다는 생각이 더 컸다. 그래서 나의 믿음은 어머니와 평행선을 달렸다.

어머니께서 2018년 설날 전날 내게 간곡한 부탁을 하셨다. “나는 이제 나이가 들어 건강이 예전같이 않고 힘도 부친다. 더 늦기 전에 며느리가 신실한 그리스도인이 되길 바란다.” 하셨다. 어머니께서 늘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를 지켜주실 것이라 생각하였던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말씀을 듣는 그 시간에 어릴 적 새벽에 들었던 교회 종소리가 “뎅! 뎅!” 울리는 것 같았다. 나는 “하나님! 잘못하였습니다.” 하며 회개 기도를 올렸다.

나는 용서를 구하는 마음으로 매일 아침 톡으로 문안편지를 썼다. 고집쟁이 며느리를 34년 동안 품에 안으신 어머니께서는 답장으로 “사랑한다. 고맙다.”고 하셨다. 또 격려와 칭찬도 아끼지 않으셨다. 하나님 앞에 나를 두고 쉬지 않고 기도하신 어머니께 나도 “사랑합니다.”라고 톡으로 보냈다.

어머니는 빛을 좋아하시는 하나님을 항상 바라보신다. 영원한 ‘생명의 등대’되신 예수님과 동행하며 기뻐하고, 감사하며 깨어 기도하신다. 어머니의 기도를 들으신 하나님께서 복음을 들은 나에게도 예수님의 아름다운 십자가 사랑을 이웃과 함께 나누며 살도록 기회를 주셨다. 수요예배 시간에 감사 기도를 드렸다.

새밭교회 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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