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서영 목사.

올 겨울은 유난히 한파의 위세가 강하다고 한다. 따뜻한 보금자리에서 마음껏 난방기구를 사용하는 가정이야 문제가 없겠지만, 검은 비닐과 천막으로 덮은 비닐하우스, 쪽방촌,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백사마을 등 소외된 이웃들에게 보일러 온도를 1도라도 높이기란 만만치 않다. 어쩔 수 없이 냉골 속 이불만을 꽁꽁 둘러 추운 겨울을 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들의 든든한 겨울나기의 동반자였던 연탄 값마저 오르고, 기부행렬도 확 줄어들어 이번 겨울은 더욱 추워질 것이라는 것이다. 허기복 연탄은행 대표에 따르면 전년 대비 연탄 기부가 40% 감소됐다고 한다. 가뜩이나 정부의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방침에 따라 연탄 값이 700원에서 800원으로 인상됐는데, 기부마저 눈에 띄게 줄어들어 한 가구당 겨울나기를 위해 필요한 1000여개의 연탄을 채우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 한국교회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당당히 나섰으면 한다. 선교초기 학교와 병원 설립, 농촌계몽운동, 절제운동, 해외 원조기구의 전쟁난민 구호로 시작된 고아원 등 복지사업, 빈민공동체운동 등 소외된 이웃을 위한 아낌없는 나눔으로 ‘사랑의 종교’로 인정받았던 한국교회가 초심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다만 한국교회의 사랑실천이 단순히 보여주기식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사실 일부 교단과 교회는 아낌없는 나눔이라기보다, 얼마나 많은 금액을 나눴는지 따지기 바쁘다. 교회마다 ‘남들이 하니 나도 한다’는 식의 경쟁심에 질적으로 떨어지는 사역만 되풀이하고 있으며, 이는 스스로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 선한 나눔을 실천하는 교단과 교회들까지 싸잡아 비판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한국교회가 이제는 보여주기식 나눔이 아닌,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처럼, 겸손한 자세로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뜨거운 이웃사랑의 정신을 되찾길 바란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보여주기식 나눔마저도 해가 바뀔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사회전반에 흐르는 경제침체가 교회에도 그대로 적용된 것으로, 교회들은 예산의 10%를 사회로 환원하는 운동을 멈추어 버렸다. 10%는커녕, 그나마 책정되어 있는 예산마저도 삭감하고, 대신에 전도부분에 편성해 교회의 외형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국교회의 근간을 흔드는 격으로, 교회가 교회답지 못한데 누가 교회의 문을 두드린다는 말인가.

진정 한국교회의 밝은 미래를 원한다면, 이벤트성의 일회적 행사가 아니라, 드러나지 않더라도 지속적인 나눔 실천을 꾸준히 해 나가야 한다. 특히 특정한 날에만 집중적으로 쏠리는 현상을 벗어나 꾸준하게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외국인 노동자들, 난민 등 지역사회뿐 아니라, 지구촌 사람들과 복음과 사랑을 나누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더 이상 물량주의, 물질주의, 개교회주의, 성공제일주의에 빠지지 말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빵 하나라도 나눠 먹으려했던 정신을 되새겨야 한다. 교회가 이 땅에 서있는 이유는 그저 외형적 웅장함을 뽐내려는 것이 아닌, 선교와 이웃을 섬기기 위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세기총 대표회장•본지 상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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