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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주 교수] 바알스본 (출 14:2)
김창주 교수  |  webmaster@c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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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19  09:4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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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창 주 교수

출애굽 경로를 기록한 성서지도에는 바알스본이 고센의 동쪽 지중해와 남쪽 수에즈만 등 두세군 데 표기된 것을 볼 수 있다. 경우에 따라 바알스본이 전혀 언급되지 않는 지도가 있어서 혼란은 가중된다. 바알스본에 관한 학자들의 연구는 지금도 이어지지만 아직 일치된 견해를 찾을 수 없다. 먼저 바알스본의 어원에서 출발하자. 하나의 낱말처럼 보이는 바알스본은 ‘바알’과 ‘스본’ 두 단어가 결합된 합성어다. 따라서 ‘바알’과 ‘스본,’ 그리고 ‘바알스본’ 등의 용례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우선 바알은 다음과 같이 인명이나 지명과 함께 등장한다. 바알하난(창 36:38), 바알므온(민 32:38), 바알브올(민 25:3; 호 9:10), 바알갓(수 11:17), 여룹바알(삿 6:32), 바알브릿(삿 8:33), 바알다말(삿 20:33), 바알하솔(삼하 13:23), 바알세붑(왕하 1:2; 마 10:25), 바알하난(대상 1:49), 므립바알(대상 9:40), 바알하몬(아 8:11) 등등. 구약에서 바알은 ‘주인,’ ‘임자’를 뜻하며 아랍어 동사로 ‘(첩을) 소유하다,’ 구스(Cuth) 말로는 ‘부유하게 되다’를 뜻하고 남편(출 21:22; 삼하 11:26)과 상급자(사 16:8)를 지칭하기도 한다. 가나안 사회에서 바알은 최고의 신이었기 때문에 위에 밝힌 것처럼 다양하게 불렸으며 그만큼 상징성을 확보한 것이다. 바알은 가나안의 풍요와 다산을 관장하는 농경 신이었다. 특히 바알은 이스라엘의 ‘보이지 않는’ 야웨 하나님과 달리 가나안 정착 과정에서 비롯되어 종교적으로 끊임없이 불편한 대상이었다. 왜냐하면 바알의 다산과 풍요의 가치는 이스라엘 신앙생활에서 늘 현혹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삿 2:11-15, 3:8-11; 왕상 16-18).

지역적으로 볼 때 바알 신상은 지중해 연안을 따라 숭배되었으며 그 영향력은 이집트의 나일강 하류에서 가나안 거의 모든 지역에 끼친 것으로 보인다. 시대적으로 바알은 사사시대를 지나 남북 분열 이후 아합 때에 절정에 이른다(왕상 18장). 갈멜의 대결에서 엘리야가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왕상 18:39) 바알 신앙의 끈질긴 생명력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따라서 출애굽기 저자는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에게 야웨 신앙을 휘저을 수 있는 위협적인 존재인 바알에 대하여 경각심을 갖게 장치한 것으로 읽을 수 있다. 바알이 가나안 주민에게는 섬겨야할 주신이지만 이스라엘에게는 갈등을 촉발하는 우상이었기 때문에 경계는 물론 척결의 대상으로 간주되었던 것이다.

히브리어 ‘스본’이 동사로 쓰이면 ‘숨기다, 보관하다’는 뜻이며, 명사로 북쪽을 가리키는 방위 명사가 된다. 개역개정은 ‘북극,’ ‘북편,’ ‘북방’ 등으로 일관성이 없다(출 26:20,25; 사 14:13; 겔 38:6,15; 39:2; 시 48:2; 89:12; 욥 26:7). 리핀스키(E. Lipiński)는 스본이 어디인지 추적하면서 신화적인 의미 등을 다각도로 검토한 바 있다. 스본이 구약에 152 차례 나오지만 고대 근동에서 스본/사본은 가나안의 주신 ‘바알’의 거처 또는 예배처로 알려졌다(수 13:27). 우가릿 문헌에 의하면 스본이 시리아와 팔레스틴 경계의 거룩한 산이다.

한편 셈족어에서 방향의 기준은 항상 북쪽이라는 점이 스본을 이해할 수 있는 또 다른 단서다. 곧 스본이 방향을 지시하는 북쪽 외에 ‘본거지’라는 의미를 부각시키면서 다른 한편으로 동사적 관점에서 ‘은거지’라는 풀이도 가능하다. 그러나 에스겔은 스본을 폭풍우와 관련된 자연 현상으로 묘사한다(겔 1:4; 38:6,15, 39:2). 비슷한 구절은 잠언에도 언급된다. ‘사본의 바람이 비를 일으킴 같이’(잠 25:23). 따라서 스본은 바람, 비, 천둥, 번개 등과 함께 바알 신앙의 상징성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스본은 바알과 그를 추종하는 신들이 거주하는 공간, 또는 바알의 성소로 비견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바알스본은 ‘북방의 터줏대감,’ 혹은 ‘바알의 본거지’ 쯤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종 되었던 집’ 이집트를 탈출하였지만 그들 앞에는 또 다른 높은 산이 가로막고 있었다. 곧 폭풍과 풍요, 비와 다산의 신 바알, 그의 본거지 바알스본을 눈앞에 마주하게 되었다. 출애굽 이후 자유의 기쁨을 누리던 이스라엘은 예기치 못한 복병 바알과 그 신앙의 본거지를 직면하게 된 것이다. 바알스본은 광야생활과 사사시대를 넘어 안정된 왕국을 건설한 후에도 끊임없이 맞닥뜨리게 될 바알 신앙의 막강한 영향력을 암시한다.

한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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