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 성 택 목사

일명 황금돼지해라는 2019년, 소위 전후 베이비 붐 세대라 불리는 1955~1963년생들 중 가운데 토막인 1959생 돼지들이 올해 환갑을 맞는다. 필자도 그 중 한명이다. 기억해보면 고향에서 환갑잔치는 동네잔치였고, 동네에서도 어른에 속하는 나이였다. 그러나 지금은 환갑잔치 이야기했다가는 조롱당하기 십상이라, 아름아름 자녀들의 효도관광 다녀오는 것으로 충분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1959년생 돼지들의 환갑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가난했던 세대의 끝자락이요 부요한 세대의 머리인 우리는 부모들의 주식을 간식으로 먹었고, 학교급식인 빵과 분유를 먹고, 불철주야로 일했던 부모 세대를 이어 우리 자녀들의 풍요를 위해 거친 시절을 감내했다. 전쟁은 경험하지 못했지만 처절한 전쟁 후유증에서 신음했고, 지금의 풍요를 이루어냈으나, 이를 즐기지 못한 채 주역 세대에서 물러나면서, 오히려 많은 숫자로 인해 자녀들의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

그러나 산업화의 주역이요 경제성장의 주체였으면서도 그 퇴장이 화려하지 못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자식들의 미래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만 한다. 59년 돼지들이 움츠려 들면 안된다. 퇴장하는 아비들의 어깨를 밟고 올라서는 자식들이 믿음직하기는 해도, 그들 역시 우리 손자들의 터전을 위해 발버둥치고 있으니, 아직은 그들을 조금은 더 버텨 주어야 한다. 적어도 우리의 손자들에게는 불합리한 세상을 물려주게 하면 안된다.

우리 아버지들이 새벽종을 울리며 새아침을 맞으면서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자고 초가지붕을 걷어내고, 부엌과 화장실을 개조하고, 고속도로를 깔고, 제철소와 자동차 공장을 세우고, 전자산업을 일으킨 이유가 당신들의 자녀들을 위한 것이 아니었던가? 5천년을 이어온 가난을 당신들 대에서 끊어내고 후손들에게는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해 울었던 우리 부모들은, 자신들이 일으킨 이 나라의 풍요를 스스로는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우리에게 물려주셨다. 그렇게 물려받은 이 나라를 다시 넘겨주어야 하는 59년생 돼지들의 마지막 힘은 어디에 쏟아야 할까?

일하자. 아마 개인 회사는 퇴직했을 것이고, 공직은 1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뒷짐 지고 약수터 다니기에는 아직은 청춘이다. 지금까지 수고했으니 이제는 놀면서 여행이나 다니자는 말은 접어라. 그것은 평생 일과 일로 만들어진 우리 삶의 DNA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게 했다가는 얼마가지 못해 우울증이나 상실감에 빠져 흘러간 지난날의 자기 영웅담이나 읊조리는 초라한 늙은이의 모습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럼 무슨 일을 할까? 돌이켜보면 우리 세대의 공로는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이다. 그 결과 부의 축적에는 탁월한 성과를 냈지만 자식들의 건강한 정신을 위해서는 별로 한 것이 없다. 근자 젊은이들의 일탈을 꾸짖지 말라. 다만 우리가 반성하고 또한 꾸짖어야 할 것은 그들에게 맑은 정신과 투철한 국가관이 흐리다는 것이다. 개인주의와 민주주의가 이 시대의 근간이고 지구촌 국제화가 현실이지만, 그것의 주역이 되려면 건강한 시대정신과 강한 나라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구촌 시대의 희생국이 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놓쳤지만, 어쩌면 이것이 더 소중한 것인지 모른다. 그래서 반성해야 한다. 그렇다고 다 큰 자식들을 앉혀놓고 정신교육을 할 수는 없으니, 말이 아닌 행동으로 우리가 다시 나설 수밖에 없다. 길거리로 나서서 휴지를 줍고, 줄을 서고, 약자를 찾아가고, 가난한 이를 돌보며, 울고 있는 이들의 등을 토닥거리며, 소외된 자들의 친구가 되어야 한다. 특히 험악한 통치자들을 준엄히 꾸짖고, 왜곡된 권력에 경륜으로 맞서야 한다. 자녀들의 미래를 위협하는 세력이 있다면 모든 것을 던져서 막아야 한다. 이것들과 싸우기에 우리 아이들은 모든 면에서 어리숙하기 때문이다. 억센 팔로 자녀들을 끌어안고 있는 어미의 모습을 새긴 게테 골비츠의 판화가 떠오른다. 누구도 우리 자녀와 손자들의 미래를 위협할 수 없다. 그 세력과는 단호히 싸울 것이다. 힘내라. 59년 돼지들아! 힘내자! 그러기 위해 올해도 몸과 마음이 건강하기를 간절히 빈다.

그리스도대학교 전 총장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