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 헌 철 목사

어느 여인에 관한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그 여인은 젊어서 남편에게 버림받고 삶을 포기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강물에라도 몸을 던질까 하고 찾아 나서는데 어린 아들이 치맛자락을 붙잡고 따라왔다. “엄마, 우리 지금 어디 가?” “으응, 우리? 그래, 우리지!”

삶을 포기한 터였지만 아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여인은 마음을 고쳐먹고 오로지 아들을 위해 여생을 살겠노라고 결심했다. 모질게 마음먹은 어머니는 아들의 엄한 스승이었으며 다정한 친구였다. 어느덧 아들을 위해 정성을 들인 세월이 30년이나 흘렀다. 아들은 어머니의 지극한 보살핌으로 훌륭히 자라 판사가 되었다. 그동안 어머니의 머리는 하얗게 변했다. 어머니는 이제 자신의 인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예감했다. 어머니는 일생을 바쳐 키운 아들의 사람됨을 시험해 보고 싶었다. 그리하여 어머니는 아들과 결혼을 약속한 여자를 불렀다.

“아가씨한테 부탁이 하나 있는데 거절하지 말고 들어 주면 좋겠구려.” “말씀에 보세요”

“내 아들에게 이 돈을 주면서 이번에 판결을 받을 사람이 아가씨의 친척이라고 말하고 형량을 가볍게 해 달라고 부탁하구려, 사실 재판을 받게 된 그 사람은 내 친구인데, 어미인 내가 아들에게 그런 부탁을 하는 것도 그렇구 해서 ......” 어머니는 말꼬리를 흐리며 아가씨의 눈치를 살폈다.

“어머나, 그러세요! 제가 말해 보겠어요” 부탁을 받은 아가씨는 아들을 만나러 나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낫을까, 아가씨가 호들갑을 떨면서 돌아왔다.

“어머니, 기뻐하세요! 제가 그이에게 부탁했더니 들어 주겠다고 대답 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어머니는 한탄 했다. “뭐, 뭐라고? 아!, 이럴 수가! 내 아들이 여자의 말 한마디에 그렇게 쉽게 죄를 짓다니.....” 결국 어머니는 철석같이 믿었던 아들에게 실망한 나머지, 인생의 전부 였던 아들의 배신으로 여인은 죽음을 앞두고 자살을 했다고 한다. 차마 눈을 감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여인은 또다시 아들에게 버림받은 것이다. 30년 전에 못한 행동을 마지막 순산까지 실행하다니..... (출처 : 바보들의 이야기)
2019년 1월 11일 오전 9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검찰 출석광경을 모든 보도매체들이 쏟아냈다. 이를 보고 듣는 이들의 시각은 ‘재판개입이 있었느냐? 없었느냐?’ 보다는 진영논리에 빠져 눈과 귀를 막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말만 들으려 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하였다. 재판개입이 사실이라면 죄가 가볍지 않으며,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아픔과 상처를 주는 것인가?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무너뜨리는 등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고 사죄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함에도 내편 네 편에 편승하여 막무가내는 식이라면, 그것이 무법천지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정의와 정직 등은 사라지고 하나님의 공의는 아예 안중에도 없는 무법천지 국가가 된다면 억울하게 고통당하며 죽어가게 되는 힘없는 백성들을 어찌 살아야만 한단 말인가?

이러한 사회악을 정당화하며 비호하는 세력들 불의에 매몰되어 법집행 등 공권력 까지도 국민의 삶을 안전하고 윤택하게 하기 보다는 자기들 끼리 끼리만을 옹호하고 챙기는 의식 등이 무슨 선이라도 되는 양 의기양양함을 보면서 힘없는 소시민들이나, 나름대로 양식 있는 삶을 지향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큰 아픔이 아닐 수가 없다. 한 어머니가 어렵게 살아 왔지만 그래도 자식만은 정직하게 살기를 열망했으나, 출세한 아들은 편향된 재판을 하는 죄악을 효도로 생각한 아들의 미래를 걱정하여, 생을 마감 한 어머니 마음에서, 성공과 출세의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사법부의 일부 몰지각한 이들의 재판개입은 물론 미필적고의(未畢的故意)적 수사와 판결 등도 엄단되어야 할 것이다.

오직 의롭게 행하는 자, 정직히 말하는 자, 토색한 재물을 가증이 여기는 자, 손을 흔들어 뇌물을 받지 아니하는 자, 귀를 막아 피 흘리려는 꾀를 듣지 아니하는 자, 눈을 감아 악을 보지 아니하는 자, 그는 높은 곳에 거하리니 견고한 바위가 그 보장이 되며 그 양식은 공급되고 그 물은 끊치지 아니하리라 하셨느니라(사33:15-16).

<계속> 한국장로교신학 학장•본지 논설위원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