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법 · I

말로는 하지
말고잘 익은 감처럼
온몸으로 물들어 드러내 보이는

진한 감동으로
가슴속에 들어와 궁전을 짓고
그렇게 들어와 계시면 되는 것

▲ 문 현 미 시인
기해년 새해가 밝았다. 비록 살고 있는 현실이 어둡더라도 어김없이 저녁은 찾아오고 긴 밤이 지나면 찬란한 태양이 떠 오른다. 지구가 23.5도 기울어져 있기에 바람이 불고 꽃이 피고 눈발이 흩날리는 계절이 오간다. 모두 이런저런 모양새로 지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시간을 보냈으리라. 그런데 새해 아침부터 시끌시끌하다. 눈만 뜨면 떠들썩한 소식으로 차분하게 살기가 쉽지 않다.

그럴수록 조용히 말씀을 묵상하며 기도하는 시간이 참 필요하다. 동시에 서로 사랑해야 할 때이기도 하다. 지금 이 순간이 바로 사랑해야 할 때가 아닐까. 성경에 사랑장이라고 일컫는 고린도전서 13장에는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않으며 ...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고 되어 있다. 읽을 때마다 가슴에 깊이 새겨지는 말씀이다.

시인이 말하는 사랑법이란 어떤 것인가. 그는 “말로는 하지 말”라고 한다. 그럼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가? “잘 익은 감처럼” 그렇게 고요히 자연스럽게 사랑하라고 한다. 하나님께서 빚으신 과일이 영글어 가듯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사랑을 노래한다. 그래서 “온몸으로 물들어 드러내 보이”면 된다는 것이다. ”소리 나는 구리“나 울리는 꽹과리” 같은 사랑과는 정반대의 사랑을 가리킨다. 이런 식으로 사랑을 하면 “진한 감동”의 물결이 일어 아름다운 결실을 맺게 되는 것이다. 고요한 사랑법이 요란스런 사랑보다 더 큰 힘이 있어서 가슴에 “궁전”을 지을 수 있음을 알려 준다.

문시인의 시「사랑법」은 화려한 수사나 기교가 들어 있지 않다. 짧은 시 형식을 빌어 사랑의 진정성을 함축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우리는 138억년 우주의 역사 속에서 만난 존재들이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그토록 수많은 별들 중에서 지구별에 태어나게 하셨으니 얼마나 소중한 만남인가. 좋은 시를 통해 새해에는 다시 사랑하는 시간을 가지길 다짐해 본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최상의 것은 보거나 만질 수 없다. 가슴으로 느껴져야만 한다”라는 헬렌켈러의 고백이 잔잔히 밀려 오는 새날, 새 아침이다.

백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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