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명 환 목사

나는 프란시스코의 기도를 매우 좋아 한다. 가끔 이 기도문을 보면서, 나도 프란시스코처럼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며, 살았으면 하는 마음을 가진다. 프란시스코는 어느 추운 눈 내리는 겨울밤, 불을 끄고 막 잠을 청하려고 침대에 누웠다. 그런데 누가 문을 두드렸다. 귀찮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프란시스코는 그래도 그리스도인이 찾아온 사람을 그냥 돌려보낼 수 없었다. 불편한 마음으로 잠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험상궂은 나병환자가 추워서 벌벌 떨며 서있었다. 나병환자의 흉측한 얼굴을 보고 섬짓했다. 그래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중하게 물었다.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 “죄송하지만 몹시 추워 온 몸이 꽁꽁 얼어 죽게 생겼네요. 몸 좀 녹이고 가게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는 애처롭게 간청을 했다. 마음으로는 당장 안된다고 거절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으로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마지못해 머리와 어깨에 쌓인 눈을 털어주고 안으로 안내했다. 자리에 앉자 살이 썩는 고름으로 심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어떻게 식사는 하셨습니까?” // “아니요 벌써 사흘째 굶어 배가 등가죽에 붙었습니다.”

‘프란시스코’는 식당에서 아침식사로 준비해 둔 빵과 우유를 가져다가 주었다. 문둥병 환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빵과 우유를 정신없이 다 먹어치웠다. 식사 후 몸이 좀 녹았으니 나가주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문둥병 환자는 가기는 커녕 기침을 콜록이며 오히려 이렇게 부탁을 했다

“성도님! 지금 밖에 눈이 많이 내리고 날이 추워 도저히 가기 어려울 것 같네요. 하룻밤만 좀 재워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할 수 없지요. 누추하지만, 그럼 여기 침대에서 하룻밤 주무시고 가시지요.”

마지못해 승낙을 했다. 염치가 없는 문둥병환자에게 울화가 치밀어오는 것을 꾹 참았다. 혼자 살고 있어서 침대도 일인용 하나밖에 없었다 침대를 문둥병환자에게 양보를 하고 할 수 없이 맨바닥에 자려고 하였다. 밤이 깊어지자 문둥병 환자는 또다시 엉뚱한 제의를 해 왔다.

“성도님, 제가 몸이 얼어 너무 추워서 도저히 잠을 잘 수 없네요. 미안하지만 성도님의 체온으로 제 몸을 좀 녹여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어처구니없는 문둥병환자의 요구에 당장 자리에 일어나 밖으로 내 쫓아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예수님이 자신을 위해 희생하신 ‘십자가의 은혜’를 생각하며, 꾹 참고 그의 요구대로 옷을 모두 벗어버리고 알몸으로 문둥병환자를 꼭 안고 침대에 누웠다. 일인용 침대라 잠자리도 불편하고 고약한 냄새까지 나는 문둥병환자와 몸을 밀착시켜 자기 체온으로 녹여주며 잠을 청했다. 도저히 잠을 못 이룰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꿈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꿈속에서 주님이 기쁘게 웃고 계셨다.

“프란시스코야! 나는 네가 사랑하는 예수란다. 네가 나를 이렇게 극진히 대접했으니 하늘에 상이 클 것이다” // “아 주님! 나는 아무것도 주님께 드린 것이 없습니다.”

꿈속에서 주님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날이 밝았다. 그러나 침대에 같이 자고 있어야할 문둥병환자는 온데간데 없었다. 뿐만 아니라 고름냄새가 베어 있어야할 침대에는 오히려 향긋한 향기만 남아 있을 뿐 왔다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 주님이셨군요. 주님이 부족한 저를 이렇게 찾아주셨군요. 감사합니다.”

프란시스코는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모든 것을 깨닫고 밤에 문둥병환자에게 불친절했던 자신의 태도를 회개했다. 자신과 같은 비천한 사람을 찾아주신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렸다. 나에게도 2019년도에는 이런 행운이 찾아 왔으면 하는 마음에서 프란시스코의 기도를 묵상한다.

인천 갈릴리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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