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문구를 삭제한 2018 국방백서를 발간하면서 국가 안보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국방부는 이번 백서에서 북한을 적으로 특정하는 대신 “대한민국 위협세력은 적”이라는 표현으로 바꾸었다.

그런데 바로 직전 2016년에 발간된 국방백서에서는 “북한의 상시적인 군사적 위협과 도발은 우리가 직면한 일차적인 안보위협”이라며 “이러한 위협이 지속되는 한 그 수행 주체인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규정했다. 당시 국방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사이버공격, 테러위협을 우리 안보에 큰 위협으로 보았다.

국방부가 북한을 ‘주적’으로 처음 규정한 것은 1995년이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후에도 한동안 주적이란 표현을 그대로 쓰다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주적이란 용어가 사라졌다. 노무현 정부 때는 주적이라는 용어 대신 ‘'직접적 군사 위협’ 등의 표현을 썼고, 이명박 정부 당시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발하자 다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명시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은 세 차례나 정상회담을 가졌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한 북한의 비핵화와 남북의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가 핵심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북한을 적으로 규정한 이전 국방부 백서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을 수 있다. 대통령이 적장과 만나 대놓고 고무 찬양하고 군사분계선의 철조망을 걷어내고 GP를 해체한 것은 북한이 우리의 적이라면 심각한 매국 행위나 다름없다.

따라서 이전까지는 남북 간 대치 상황이 고려돼 북한을 적으로 표현했다면, 현 정부에서는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와 달라진 남북관계를 현실적으로 반영해 적에 대한 개념을 보다 포괄적으로 바꾼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방부가 북한을 주적 개념에서 뺀 것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현존하는 상황에서 우리만 안보 무장해제를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재래식 무기 대결이었다면 지금은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 대열에 들어섰기 때문에 만약 안보 위기가 닥치게 되면 과거와는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전 정부에서 북한에 대한 주적 개념이 부활하게 된 것은 북한이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북한당국의 어떠한 사과나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의 비핵화 이행 등 상응하는 조치 없이 우리만 달라지는 것은 자칫 안보 태세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북한을 언제까지 적으로 규정하는 한 한반도의 평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반만년 민족사에서 끊임없이 우리를 침략하고 괴롭혀온 중국 일본 등 주변국과는 대등한 우호관계를 유지하면서 동족상잔의 비극적 전쟁으로 인해 철천지 원수사이가 되어버린 남과 북의 불행한 역사는 이제 불과 70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리는 때론 잊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올해는 3.1운동 1백주년을 맞는 해이다. 나라를 잃고 일제에 항거해 자유 평화 독립을 외쳤던 그 당시에 우리 민족이 좌우 이데올로기와 강대국 간의 정치 외교 군사적 대결의 틈바구니에서 분단의 희생제물이 되리라고 누가 상상조차 했겠는가. 전쟁의 참화를 딛고 하나님의 은혜로 대한민국을 다시 세운 우리에게 불행했던 과거의 상처와 응어리가 아무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래도 언젠가 다시 하나가 되어야 할 형제를 향해 적, 원수라는 표현을 우리가 먼저 거둔 것은 그만큼 평화에 대한 염원과 보다 성숙한 자세를 반영한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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