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가 제25대 대표회장 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시끄러운 잡음이 일고 있다. 이번에는 후보자 접수 과정에서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후보등록 자체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기총 선관위는 등록을 마친 두 후보에 대해 일단 후보 자격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선거공보물을 제작해 총대들에게 발송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현 대표회장과 사무총장에 대해 민형사상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어서 1월 29일 열리는 선거가 과연 정상적으로 치러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기총은 해마다 대표회장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로 홍역을 치러야 했다. 지난 2011년에는 불법 금품선거가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세상에 비판과 조롱을 받아야 했고, 결국 변호사가 대표 직무대행으로 파송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그래도 달라지지 않아 이듬해에는 비대위를 결성했던 주요 교단들이 탈퇴해 한국교회연합(이하 한교연)을 출범하는 분열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러나 한기총은 스스로 변화를 꾀하기보다 해마다 과열선거 양상이 반복되면서 법정 소송까지 가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한기총의 문제는 해마다 선거문제로 매번 심각한 내홍을 겪고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는 데도 똑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되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뼈를 깎는 자정 노력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제도적인 변화조차 모색하지 않는 것은 역사성이 있고 건강한 기독교 연합체의 부활을 바라는 한국교회 모든 구성원에 대한 배신행위나 다름없다.

한기총은 진보색채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교회협)가 한국교회를 대표해 온 역사성에 대한 일종의 위기감과 저항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1980년대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고조되던 시기에 교회협이 1988년 2월29일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 이른바 ‘88선언’을 발표하자 기독교 보수진영에 위기감이 확산되던 시기였다. 이에 고 한경직 목사를 비롯한 보수 인사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연합체의 결성을 꾀하게 되었고 1989년에 예장 통합과 합동을 비롯해 보수교단을 아우르는 거대한 연합체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가진 한기총이 파열음을 내기 시작한 것은 대주주격인 예장통합과 합동사이에 대표 자리싸움이 본격화되면서부터이다. 초기에는 거의 교단 순번에 따라 돌아가며 맡던 한기총의 대표회장 자리가 어느 샌가 사실상의 개신교 수장으로서의 상징성 뿐 아니라 정치적 교권을 독점하는 자리로 부상하면서 대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목불인견의 타락 선거 양상으로 치닫게 된 것이다.

결국 이로 인해 한교연이 따로 떨어져 나가는 1차 분열에 이어 끝까지 남아있던 합동마저 이단 영입 문제로 한기총에서 짐을 싸 나오면서 결국 통합과 합동이 다시 손잡고 또 다른 연합체인 한교총을 결성하는 2차 분열로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이는 1차적으로 대 교단의 몰염치와 무책임에 기인하지만 그 뿌리에 한기총의 오랜 구태가 자리하고 있음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라 하겠다.

한기총은 그 이름에서 보듯이 한국기독교를 총망라한 연합체이다. 비록 지금은 이름뿐인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듯 보이지만 그 역사와 전통이 가진 대사회적인 위상은 다른 연합체에 비길 바가 아니다. 이런 대표성을 가진 연합체를 끝까지 남아 지키지 않고 뛰쳐나와 새로운 단체를 만든 교단들이 한기총을 비판하는 것은 ‘누워서 침 뱉기’나 마찬가지이다.

한기총은 이미 끝났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 만약 해체 수준의 개혁과 자정 노력으로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다시 한 번 한국교회 보수권을 하나로 통합하는 그 중심에 한기총이 설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일말의 기대마저 져버리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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