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 인 찬 목사

한 베스트 운전자는 자신의 무사고 운전의 비결을 '길이 열렸을 때를 조심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차가 밀려 있거나 길이 좋지 않을 때 사고 날 확률은 상대적으로 적다고도 했다. 길이 확 열려 있고, 도로 상태가 최상일 때 사고가 날 확률이 오히려 높다. 길이 열렸을 때를 조심하라. 길이 활짝 열릴 때, 평안할 때, 모든 일이 잘 될 때가 가장 위험할 때 일 수 있다.

병들면 시험 당했다하고, 건강하면 복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그런가. 병들었을 때하고 건강할 때 어느 때가 더 죄를 짓기가 쉬운가? 병이 들면 죄 짓기보다 오히려 지은 죄를 회개한다. 건강이 더 큰 시험일 수 있는 이유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평안하고 잘 될 때 시험이라고 생각하지 않기에 많은 신자들이 어려움의 시험보다 풍요와 평안의 시험에서 넘어진다. 풍요와 평안의 때가 무방비 상태이기 때문이다.

오늘 한국교회가 만난 가장 큰 문제도, 우리가 만난 가장 큰 어려움도 여기에 있지 싶다. 호세아는 안타까운 하나님의 탄식소리를 듣는다. 내 백성이 나를 잊어버렸다는 하나님의 슬픈 탄식이다. "그들이 먹여 준 대로 배가 불렀고, 배가 부르니 그들의 마음이 교만하여 이로 말미암아 나를 잊었느니라."(호 13:6) 이스라엘 백성이 배가 불러서 하나님을 잊었다고 하나님이 탄식하신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택한 백성이 아닌가. 애급의 노예인 저들을 구원해주셨고, 메마른 광야에서 인도하시고, 보살펴주셨고, 가나안에 들어와 얼마나 큰 은혜와 복을 받았는지 헤아릴 수가 없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을 잊으면 배은망덕이다. 그런데 저들이 하나님을 잊었다. 하나님의 은혜 안에 살면서 저들은 하나님을 잊어버렸다. 놀랍게도 배부를 때 하나님을 잊었다.(호13:6) 배고플 때가 아니라 배부를 때 마음이 교만해서 하나님을 잊는다.

배부를 때란 걱정 근심 없고 풍요롭고 좋다는 뜻이며, 부유하고 어려움이 없는 때라는 뜻이다. 이스라엘은 광야에서 하나님을 잊어버리지 않았다. 먹을 양식이 없고, 마실 물마저 없는 광야에서 하나님을 잊지 않았다. 광야의 위험과 이웃 민족들의 위협이 끊어지지 않아 그야말로 절박한 광야 40년 동안 이스라엘은 하나님께 부르짖었다. 때로 원망 섞인 부르짖음도 있었지만 그 대상은 언제나 하나님이었다. 하나님을 잊지 않았을 뿐만이 아니라 믿고, 의지하고, 의존했다.

하나님의 인도로 가나안에 입성한 그들은 더 이상 가난하지 않았다. 뜨거운 사막 길을 걸어가던 발걸음이 풍성한 무화과나무, 포도나무 밑에 앉아 시원한 요단강에 발을 담갔다. 곡식으로 가득 찬 넓은 들이 있고, 하루의 음식이 아니라 몇 달 몇 년 치의 곡식을 창고에 쌓았다. 좋은 집에서 좋은 옷을 입으며, 기름진 음식을 먹으며, 포도주를 마신다. 말 그대로 배부르게 되었다. 이런 풍요가 누구의 은혜이며 누구에게서 왔는가.(호 3:6) 하나님께서 먹이시고 입히시고, 보호하셨다. 이 배부른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다. 이런 때에 하나님께 더 감사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할 것이나 정반대 배고플 때는 하나님을 기억했는데 배가 부르니 그 배부르게 하신 하나님을 잊어버렸다는 것이다. 참 기이한 일이나 이것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하나님은 우리를 일제의 36년 압박에서 구원해주셨다. 하나님은 6.25의 전란에서 우리를 건져주셨다. 그리고 그 전란의 잿더미 속에서 오늘 같은 복을 주셨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고 자원 하나 제대로 없는 나라가 세계 11대 무역대국으로 성장시켜주셨다. 올림픽과 월드컵도 치렀으며, 동계올림픽도 치렀다.

교회적으로는 불과 선교 백삼십년에 이렇듯 한국교회가 성장했다. 이건 세계 기독교 2000년 역사에서도 기적이라고 놀란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잘 살게 되면서 점점 하나님을 잊어가고 있다. 하나님이 주신 복을 누리면서 열심은 식고, 하나님을 대적하며 하나님과 멀어져가고 있다.

의왕중앙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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