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 현 미 시인

다 시

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 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사람 속에 들어 있다
사람에서 시작된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아직 찬 바람이 불고 햇살 줄기가 가느다란 겨울이다. 예보만 믿고 얇게 입고 나가면 자칫 한기가 들어 감기에 걸리곤 한다. 혹한의 때를 살고 있지만 언 땅밑 뿌리들의 움직임은 부지런하리라. 남녘에서는 벌써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린다고 하니 봄은 이미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는 중이다.

시인의 마음엔 봄이 와 있고 봄꽃이 피어 있는 듯하다. 박시인의 시는 희망을 노래한다. 희망의 꽃을 피우라고 조용히 외치고 있다. 어떻게 하면 희망의 꽃씨를 뿌릴 수 있을까. 그 답은 ‘사람 속에 들어 있다’고 한다. 어떤 사람이 그런 씨앗을 틔울 수 있나. 희망찬 사람이 되면 자신이 희망이 되어 좋은 세상의 밭을 일굴 수가 있다.

이 시는 시의 미학적 장치 중 하나인 은유를 사용함으로써 시의 묘미를 잘 살리고 있다. 연마다 A는 B다의 비유 방식인 은유를 배치하여 독자의 마음을 붙든다. 시적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나 있기 때문에 시의 주제가 바로 가슴에 와 닿는다. 마지막 연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는 확고한 표현을 통해서 우리 모두 희망의 주체가 된다. 이 시의 제목인 ‘다시’가 마지막 연의 첫 시어 ‘다시’와 연결되면서 매우 의미 있는 역할을 견인한다. 즉 사람이 희망이었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사람이 희망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시의 구조가 간결하면서도 세련되게 짜여 있어서 구조적 완결성을 이룬 좋은 시와 마주하는 기쁨이 있다. 시 전편에 흐르는 맑고 투명한 시정신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참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된다. 어느 산골짝엔 눈석이물이 가만가만 녹고 있으리라. 눈부신 물소리에 희망의 싹이 돋아날 것이다.

백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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