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효종 목사.

6일부터 사순절이 시작되었다. 이 기간 그리스도인 모두는 예수님의 고난에 동참해야 한다. 예수님의 시간과 공간인 역사의 현장으로 돌아가 고난당하는 이웃과 함께 하나님나라운동을 벌여야 한다. 각 교회에서는 각양각색의 모양새로 사순절을 보다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리스도인들은 이 기간만큼은 절제적인 생활을 한다.

하지만 바람과 달리 작금의 세상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과연 예수님의 고난에 얼마나 동참하는가는 따져볼 문제다. 솔직히 오늘 한국교회뿐 아니라 그리스도인이라고 자처하는 각 가정을 보면 예수님의 고난에 결코 동참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모두가 ‘우리’가 아닌 ‘나’라는 개인이기주의에 빠져 있으며, 나 외에 것에는 철저하게 무관심하다. 이는 곧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을 안겨주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외교 등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도 바로 빛이 없는 어둠의 세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자살공화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살율이 높으며, 이혼율 증가와 1인세대 확산으로 가정해체가 심각한 수준이다. 갈수록 빈부의 격차는 커지고, 남녀, 지역, 세대 등의 갈등도 하늘을 찌르고 있다. 참담한 수준이다. 푯대가 되어야할 교회마저 분열과 갈등을 지속하며,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여기에 당장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는 복잡하게 얽혀 대한민국의 앞날은 쉬 장담하지 못한다. 오죽하면 한반도를 두고 제3차 전쟁의 진원지 혹은 화약고라고 말하겠는가.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는 불안의 연속이다. 전쟁과 기아, 자연재해 등으로 고통 받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사야 선지자는 세상의 빛이 되라고 말했다. 이제 교회가 어둠을 뚫고 세상의 빛으로 거듭나야 한다. 사순절을 시작하는 그리스도인들은 고난을 통해 어둠을 밝혀줄 광명을 되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교회는 처절하고 고통스러운 역사의 현장으로 들어가야 한다. 누구보다 그리스도인들은 한반도의 평화를 외쳐야 한다. 분단의 현장이자, 평화통일의 자리에 교회가 들어가야 한다. 그 어느 곳도 아닌 예수님이 살아 숨 쉬는 삶의 자리에 교회를 세워야 한다.

더 이상 부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는데 급급해 하지 말아야 한다. 고난당하는 민족 속에서 추상적이고, 감상적인 ‘천국’, ‘천당’, ‘구원’, ‘성령’, ‘복음’, ‘민족복음화’ 등을 외치며, 민족의 아픔을 외면했던 과오를 뉘우치고, 고난 속에서 희망을 말하는 참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나야 한다.

3.1만세운동 10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가 이 나라와 민족의 기상이 되도록 앞장서야 한다. 3.1만세운동은 약한 자, 자주고름 입에 물고 옥색치마 휘날리며 웃음을 팔던 기생, 남성들에게 항상 밀려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앞장서서 교회의 도맡아 했던 기독여성, 농사를 지어 가족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했던 농민, 민족의 앞날을 걱정했던 기독학생, 생존을 위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던 떠돌이, 사람취급을 받지 못한 백정들의 운동이 아니었던가. 사순절을 맞은 우리는 고난당하는 이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소망해 본다.

예장 호헌 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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