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승 자 목사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요12: 24).

사순절이 시작되었다. 사순절이란 부활절까지 주일을 제외한 40일 동안의 말한다. 교인들은 이 기간 동안에 그리스도의 삶, 십자가의 고난, 부활 등을 생각하며, 근신하고, 회개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사순절을 퇴색시켜, 마음대로 행동하고,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지를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분명 사순절은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고난당하신 그리스도를 기억하며, 그를 따르는 제자로서의 도를 훈련하는 기간이다. 사순절은 부활절을 제외한 40일 동안을 말한다. 이 기간에 교인들은 그리스도인의 삶, 십자가의 고난, 부활 등을 생각하며, 절제하고, 회개하는 전통이 있다. 그 동안 교회공동체는 부활절, 추수감사절, 성탄절처럼 화려한 기념행사에는 열과 성을 다하여 왔다. 하지만 사순절과 같이 주님의 고난에 동참함으로써 묵상과 침묵을 통해 깊은 영성으로 나아가는 데는 매우 부족했다.

그래서 오늘 한국교회는, 부활의 신앙은 있어도, 십자가의 고난과 십자가의 의미를 잊었다. 강단에서도 부활의 신앙은 강조되어도, 십자가의 고난은 강조되지 않았다. 교회공동체는 겸손함보다는 화려함을 선호하고, 침묵과 명상보다는 찬양과 행사에 열정을 쏟았다. 그렇다보니 교인들의 영적깊이는 매우 얇아지고, 고난당하는 이웃에 대해서 소홀했다.

해마다 돌아오는 사순절이면 부활절을 위해 전진하는 느낌을 갖는다. 뭔가를 성취하려고 달려가는 사람처럼, 목적을 위해 사순절이 존재하는 교회프로그램들은 사순절의 의미를 잃어버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좀 더 천천히, 깊이 그리고 함께 걸어가는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는 동반자의 훈련이 절실하다. 겟세마네동산에서 예수가 혼자 기도하실 때 함께 기도할 제자가 필요했다.

그러나 제자들은 함께하지 못했다. 피곤하여 육신이 말을 듣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십자가에 동행하지 않으려는 내적인 시험이 그들을 지배했다. 이런 상황에서 예수님는 제자들에게 “일어나라 함께 가자”고 말씀하셨다. 사순절에는 명백한 주님의 권고가 있다.

첫째는 일어나는 일이다. 제자들은 십자가의 길에서 시험을 당하고 있었다. 왜 그렇게 졸음이 오는지 주님은 세 번씩이나 “깨어 나와 함께 기도할 수 없더냐”라며 책망하셨다. 기도하지 않으니 시험을 이기지 못하고 잠을 자게 된다. 시험은 십자가를 지지 않아도 된다는 유혹에서 시작된다. 신앙생활에는 저마다 십자가가 있다. 이 십자가는 기도할 때 질 수 있기에 “일어나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둘째는 함께 가는 일이다. 일어났으면 십자가를 다시 져야 한다. 함께 가는 길은 그냥 따라나서는 길이 아니다. 비장한 마음으로 새 길을 여는 다짐이 요구된다. 함께 가는 길에는 저마다 책임이 따른다. “함께 가자”는 말씀은 공동체의 언어로 위로와 용기도 들어있다. 함께 가면 슬픔과 두려움도 사라지고 기쁨과 사랑도 배가 된다. 특히 사순절에는 어떤 모양으로든지 십자가를 함께 지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러나 십자가는 홀로가 아니라 함께 지는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사순절 동안 바로 그리스도의 고난을 묵상하고, 그 고난의 음미하며, 예수님이 그랬듯이 고난당하는 이웃과 함께 가야 한다. 경건과 절제, 희생과 나눔, 성찰과 회복이 사순절의 진정한 의미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로서, 동반자로서…… 나로부터 시작되는 사순절의 의미 회복은 공동체의 변화를 가져다가 준다.

햇빛중앙교회•본지 후원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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